제4장 오늘과 내일 사이에 남기는 점(여기까지)

[오늘의 단어] 여기까지(오늘과 내일 사이에 남겨두는 한 점)

[오늘의 단어] 여기까지(오늘과 내일 사이에 남겨두는 한 점)


밤이 되면 하루가 정리되기보다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다.


낮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감정을 제일 뒤에 두고 살았는데,

밤은 그 뒤에 두었던 것들이 조용히 줄을 서서 돌아오는 시간이다.


오늘도 그런 밤이다.


내일을 걱정하기엔 아직 이불이 따뜻하고,

오늘을 미화하기엔 마음이 너무 솔직하다.


나는 오늘을 대단하게 살지 않았다.

다만, 중간중간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분명 웃었는데,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재고’처럼 남는 날.

창고에 쌓인 물건들처럼 그 감정은 당장 쓰이진 않지만 버릴 수도 없다.

괜찮은 척 덮어둔 마음이 밤이 되면 포장을 풀고 나오니까.


그래도 나는 알고 있다.

이 쓸쓸함이 오늘의 결론은 아니라는 걸.


아침에는 마음을 단정히 접어 들고 나갔다가

저녁엔 그 접힌 자리에 주름이 조금 더 늘어나는 것뿐.


희망이 있었다면,

절망도 있었던 날.


둘 중 하나만이

‘나’였던 적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오늘을 평가하지 않기로 한다.


잘했다, 못했다의 칸을 만들지 않고

그저 “여기까지”라고 적는다.


오늘은 그냥…

오늘이었다고.


그러니까 오늘과 내일 사이에

나는 점 하나를 찍어둔다.


내일은 내일의 내가 할 일이고,

오늘의 나는 오늘을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 밤은 충분하다.

등을 토닥이는 말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문장 하나가 아니라,

점 하나로도.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내일의 내가

다시 이어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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