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2부 무음모드 | 〈기압차〉
성숙은, 마음이 넓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무너지는 순간을 더 빨리 알아차리는 일-
그쪽에 가깝더라고요.
예전의 나는
참는 걸 품위라고 착각했습니다.
넘어가 주는 걸 어른이라고 믿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문장보다 먼저
공기에서 흔들렸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내가 나를 줄이고 있었어요.
그때부터는 참는 품위보다,
스스로를 지키는 품위를 택했습니다.
오늘은 그 이후,
기압차를 건너는 법을 적어둡니다.
<기압차>
기압차는 말로 오지 않는다.
공기의 밀도로 온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한 번 더 남고
의자가 바닥을 끌 때
방이 조금 더 좁아진다.
누구도 틀리지 않았는데
나는 얇아진다.
숨이 짧아지고
목젖이 마르고
손끝이 괜히 차가워진다.
예전엔
그 얇아짐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예민한가.”
“내가 부족한가.”
그 순간부터
나는 나를 더 작게 접었다.
접힌 채로도
하루는 지나갔지만
숨은 남지 않았다.
이제는 먼저 알아차린다.
기압차가 생기면
나는 먼저 나를 펼친다.
억지로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만큼만.
대답을 줄이고
호흡을 늘린다.
물 한 모금.
숨 한 번.
시선 한 번.
그 작은 단위로
내 안의 공기를
제자리로 돌린다.
압력이 크면
더 큰 여백을 만든다.
한 걸음 늦게 걷고
한 문장 덜 말하고
한 번 더 마신다.
기압차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건너는 법이 생긴다.
나는 나를 줄이지 않는 쪽으로
조용히 방향을 튼다.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
오늘도 내가 나를 살릴 만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