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무음모드<백색소음>

<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2부 무음모드 | 〈백색소음〉


2부는 ‘남은 나’를 지키는 방법을 기록했습니다.


무음모드로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읽고 남긴 점처럼 즉시 반응하지 않는 품위를 익히고,

악의 없는 문장 앞에서 멈칫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합니다.


기압차 속에서도 내 호흡을 유지하는 쪽으로 성숙해지고,

마지막은 말 없이 회복하는 백색소음으로 잔광에 다시 닿습니다.


<백색소음>

말이 나를 구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설명은 흔들리고,

대답은 나를 줄이고,

침묵은 무거워진다.


그런 날엔

문장 대신 소리를 켠다.


환풍기가 낮게 돌고

냉장고가 오래된 숨을 내쉬고

수도는 망설임 없이

물을 떨어뜨린다.


나는

핸드폰을 뒤집는다.

화면을 끊고 내 쪽으로 선다.

오프라인.


물 한 모금.

숨 한 번.

그게 오늘의 단위다.


나는

즉시 건너지 않는다.


백색소음은

울라고도 웃으라고도

시키지 않는다.


다만

나를 원래의 호흡으로 돌려놓는다.


가끔

소리 사이에 얇은 틈이 생긴다.


그 틈에서

나는 알게 된다.

불을 끄면

어둠이 곧장 오지 않듯

무너짐도

곧장 오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한 모금, 한 숨.

그것만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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