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을 남겨준 사람이 행복하기를...
20대 후반쯤,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지 많지만
그때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집에서 멀리 있는 동네에 유명한 교회가 있었고,
그곳에 설교로 유명한 목사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먼 곳을 찾아갔었다.
그 교회는 크기도 했고, 신도들이 많기로 유명한 교회였다.
목사님은 듣던 대로 좋은 설교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날 목사님의 설교는 당시 내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건드려서
울컥하기도 하고, 내가 가진 고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목사님의 설교가 너무 좋아서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꽤 멀어서
매주 다니기는 힘들겠다 생각하고
오늘 이 교회에 온 김에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가자 생각했다.
그래서 청년부에도 들러서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싸이월드에 쪽지가 도착했다.
그 시절에는 싸이월드라는 오늘날의 페이스북과 같은
그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있었다.
그 쪽지에는 내가 한 번 갔던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매주 내가 교회에 오기를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는 내용과
얼마 전 지하철에서 나를 보게 되었고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때 내가 청년부에 들렀을 때 기억하고 있던 내 이름으로
싸이월드를 찾아 헤맸다고 했다.
자신은 이러저러한 사람이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며,
싸이월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사진을 올려두었으니 봐달라고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쪽지를 받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다.
물론 그 사람의 싸이월드에서 어떤 사람인지는 확인했지만
내가 특별히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그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매일 쪽지가 왔다.
자신의 싸이월드를 보았는지 물어봤고,
자신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며 싸이월드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사진과 글을 계속 올려두었다.
그 당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기는 했지만
대학원에 원서를 넣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여서
평소 나의 일과에 비해 아주 여유로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싸이월드로 연락 온 사람에 대해 언급하며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물었다.
모두들 요즘에도 그런 사람이 있냐며,
그 사람은 진심인 것 같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만나보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매번 쪽지를 보내던 남자에게
아직 만나볼 의향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 남자로부터 흔쾌히 만나고 싶다는 답변을 받았고
날짜를 정하고 만날 날을 기다렸다.
당시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만나자고 하는 장소가 내가 다니던 직장 근처였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는데 한 남자가 긴장된 모습으로 서있었다.
막상 만나보니 그 남자는 생각보다 어렸다.
알고 보니 나보다 3살이 어렸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듣기가 좋았다.
나를 교회에서 처음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다음 주에도 교회에 나오겠지 하고 계속 기다렸다고 한다.
계속 기다려도 보이지 않아 '왜 교회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던 어느 날,
나를 지하철 안에서 보았다고 한다.
나는 지하철 다른 노선에서 내려 그 남자가 타고 있는 지하철 쪽으로 걸어갔고,
그 남자는 그 지하철을 타고 있었는데 내가 다가간 순간 지하철은 출발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다음 역에서 내려 내가 타고 올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타서는
열차를 샅샅이 뒤졌는데 내가 보이지 않아서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싸이월드를 검색해서 나를 찾았다고 했다.
싸이월드에 쪽지를 남겼는데도 내가 답장이 없어서
매일매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했다.
첫 데이트를 나온 그날, 첫 만남에 어른스럽게 보이기 위해
아버지의 목도리를 빌려서 하고 왔다고 했다.
자신은 차가 없어서 아버지의 큰 차를 빌려서 타고 왔다고 했다.
그 차가 너무 커 핸들을 힘겹게 돌리며 운전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렇게 우리는 첫 만남을 시작했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다 헤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헤어진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만 기억난다.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면 영화 같은 이야기라며
나에게도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한다.
나의 기억 속에 이런 소중한 기억을 남겨준
그 시절 연하남이 문득 생각나는 밤이다.
내 인생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는 소중한 연애 기억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지친 내 삶을 다시 일으켜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시절 그 연하남은 아름다운 여성분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좋은 추억과 기억을 남겨준 사람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