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활용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터 '위한솔'님의 기록 에세이
이 책은 인스타그램 wi_see_list 채널을 운영하는 위한솔 작가님의 기록 에세이다. 나는 평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내 시선으로는 미처 보지 못했던 프레임을 대신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자주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에만 머무르기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시선, 관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사고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년배인 작가님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통해, 나 역시 한 번쯤 고민했던 지점들을 다시 떠올려보게 했다. 이 책은 마케팅 실무나 브랜딩을 다룬 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록이라는 방식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며 조금씩 성장해 왔는지를 담담히 보여주는 글이다.
'고유함'과 '특별함'을 구분할 줄 알면 역설적으로 마음이 더 자유로워진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는 ‘고유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님은 고유성을 갖는다는 것은 곧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아는 것, 동시에 내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말이다. 20대의 나를 돌아보면, 나는 고유성을 제대로 갖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부족한 나를 인정하지 못했고, 그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을 보며 부러움과 괴로움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고유성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 무렵부터는 잘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메우기보다, 내가 잘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성취해 나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누군가 어떤 일을 잘하지 못할 때, “왜 못하지?”보다는 “이 사람이 잘하는 건 무엇일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고, 그렇게 상대의 장점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태도 덕분에 나는 일을 하면서도 큰 마찰 없이, 서로의 조각을 맞춰가며 함께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겐 살고 싶지 않아
공감이 갔던 또 하나의 지점은, 작가님이 스스로에게 세운 몇 가지 기준에 대한 이야기였다.
“직접 보고 듣지 않은 것은 남에게 전하지 않는다”,
“남의 등에 칼을 꽂지 않는다”,
“1분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종목엔 투자하지 않는다.”
단순하지만 결코 지켜내기 쉬운 원칙들은 아니다. 나 역시 이와 비슷하게,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으려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에 대해 험담을 하더라도 웬만하면 반응하지 않으려 한다. 예전에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맞서기도 했지만, 그런 싸움에서 이겨봤자 결국 나만 더 상처받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거리를 두고, 말할 필요 없는 말은 삼키는 편이다.
진정한 제너럴리스트
책에서는 ‘진정한 제너럴리스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100가지를 할 줄 아는 것도 좋지만, 그중 단 하나는 “이건 내가 제일 잘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역시 깊이 공감한다. 나에게 그 무기는 ‘데이터’다. 나는 이 무기를 계속 갈고닦아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나갈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경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 시도한 100가지 중 단 몇 가지가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확장된 사고와 경험은 결국 온전히 내 것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혼 전, 아내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일이다. 연말 조직 개편 때마다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곤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이 아내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듣고는 ‘그런 말 한마디에 그렇게 느꼈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두려움 앞에서도 담담하게 한 걸음 내딛는 그 태도야말로, 어쩌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첫걸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며 살아간다. 나 역시 커리어를 시작하고, 데이터와 그로스 마케팅을 다루며 ‘성장’에 대한 갈망을 품어왔다. 일을 시작한 지 5년쯤 되었을 무렵, ‘데이터 마케팅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채널을 열었다. 내가 공부한 내용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때론 누군가와 나누며 정리해 온 그 시간은 어느덧 8년을 넘겼고, 그 기록들은 내게 수많은 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나에게 ‘성장’이란 단지 커리어의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부딪히고, 때로는 좌절하며, 그 속에서 다시 여유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성장’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 많이, 더 높이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내 속도를 존중하며 걸어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성장 아닐까?
내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위에서 소개한 몇몇 구절뿐만 아니라 책의 거의 모든 챕터가 저마다의 울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솔직한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게 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조용히 사색하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생각이 많고 마음이 분주한 시기라면, 이 책을 통해 잠시 멈춰 서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 앞에 선 누군가에게, 이 책은 잔잔하지만 분명한 위로와 방향을 건네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지금의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삶의 기준을 다시 세워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더 나은 나를 그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