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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둥지에게

이 세상에서 보낼 수 있는 아빠의 마지막 편지

by 이건승

둥지야, 아빠야.

오늘은 너를 떠나보내는 날이야.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간 너에게, 아빠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아 보내려 해.


처음 너와 둥돌이가 엄마 뱃속에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빠는 걱정도 되었지만 설렘이 더 컸단다.

매일매일 너희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엄마 뱃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너희의 모습을 보며 아빠도 함께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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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곧 너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무르익을 무렵,

둥지 너는 우리 곁으로 오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게 되었단다.

의사 선생님께서 너의 심장이 더 이상 뛰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

아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에 그저 멍해졌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 순간부터 아빠와 엄마는 멈추지 않는 눈물 속에서 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했단다.


결국 엄마는 다음 날 응급 수술을 통해 둥돌이를 먼저 이 세상에 보내주었고,

그날 아빠는 천 속에 조심스럽게 감싸인 너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되었어.

작고 소중한 너의 모습 앞에서 아빠는 그저 계속 울고 또 울었단다.


이후 아빠는 수술 후 회복 중인 엄마를 지키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둥돌이를 보며

너를 잃은 슬픔과 둥돌이를 품에 안은 기쁨 사이에서 매일을 견뎌내고 있어.

아빠니까, 엄마와 둥돌이를 위해 씩씩한 척,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려 애쓰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항상 너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목소리 한 번 듣지 못한 채 너를 보내게 되었지만

아빠는 너를 평생 잊지 않을 거야.

가슴 깊은 곳에 너를 조심스레 묻어두고, 언젠가 아빠가 하늘로 가게 되는 날

너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살아갈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아빠가 너의 몫까지 이 세상에서 잘 살아낼게.

둥돌이와 엄마를 사랑으로 돌보고, 너에게 주지 못한 사랑은

꼭 그날 너를 만났을 때 더 깊고 따뜻하게 전해줄게.


하늘의 천사가 된 둥지야,

우리 가족을 지켜보며 아빠를 기다려주렴.

너라는 존재만으로도 아빠는 이미 충분히 행복했단다.


오늘 너를 한 줌의 재로 떠나보내지만,

아빠는 내일부터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게.

남은 가족을 위해, 그리고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둥지야.

아빠가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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