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글
실무에서 일을 하다 보면, 데이터 분석가 혹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따라붙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사람들은 데이터만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는 편견입니다.
물론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데이터가 보내는 신호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숫자를 확인하고, 변화의 방향을 살피며, 근거를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를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무에서의 의사결정은 데이터와 직관이 함께 작동할 때 가장 강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관과 데이터를 반대말처럼 생각하지만, 저는 이 둘이 상호보완 관계에 훨씬 가깝다고 봅니다. 직관은 흔히 감(感)으로 오해되곤 하는데,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자동 인식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셰프들을 보면 손에 소금을 쥐고 "딱 이 정도면 돼"라며 바로 넣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요리 초보자가 계량스푼으로 정확히 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부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수없이 반복된 경험 속에서 계산 과정을 생략해도 될 만큼 기준이 몸에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직관입니다.
더 일상적인 예도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지는 스팸 문자나 메일을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발신자와 제목,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이건 스팸이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알림을 보는 순간, 0.5초도 되지 않아 "아, 이건 스팸이다"라고 바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 역시 경험이 만든 자동 인식 시스템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지표와 수치 속에서 이것이 의미 있는 신호인지, 아니면 우연히 생긴 노이즈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를 해석하는 경험이 쌓이고, 실제 결과와 연결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를 보는 감각이 달라집니다. "이건 한 번 더 살펴봐야 할 변화다", "이건 그냥 지나가는 흔들림이다"라는 판단이 점점 빨라집니다.
물론 이러한 자동 인식 시스템은 완성형이 아닙니다. 저 역시 아직 갈 길이 멀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 신호를 단순한 숫자 해석에 그치지 않고 실제 비즈니스 결과로 연결하려 합니다. 직관은 방치하면 흐려지지만,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업데이트할 때 비로소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활용해 일하는 모든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데이터만 보고 결정을 내려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데이터를 거부해서도 안 됩니다. 데이터를 잘 다룬다는 것은 복잡한 코드나 어려운 수식, 화려한 기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비즈니스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고민이 쌓이고, 그 과정에서 직관이 만들어지며, 그 직관이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것—그것이 데이터를 활용해 일한다는 것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