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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Apr 16. 2019

딱, 한 걸음만 더 가까이 <파이브 피트>

글자 그대로의 이야기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런 생각을 한다.

'한 걸음만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

이 영화는 그 '한 걸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이유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텔라(헤일리 루 리처드슨)와 윌(콜 스프로스)은 낭포성 섬유증 환자다. 낭포성 섬유증은 폐와 이자 등에 있는 점막 생성 세포에 결함을 가지고 있어 호흡과 소화작용에 문제를 일으키는 선천성 질병이다. 체내에 점막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해당 장기의 기능을 방해하고, 두껍고 끈적거리는 점막 때문에 세균에 쉽게 감염된다. 


그래서 낭포성 섬유증 환자끼리는 박테리아 전이를 피하기 위해 서로 6피트(182cm)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6피트는 기침으로 침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텔라와 윌은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쳐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들은 서로를 가까이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서로 사랑하지만 손도 키스는 커녕 손조차 잡을 수 없다. '가까이 할 없다'가 주는 아픔은 비단 스텔라와 윌 사이에만 있는 건 아니다. 스텔라와 7살 때부터 친구인 포는 사랑에 슬퍼하는 스텔라를 안아줄 수 없어 슬퍼한다. 포가 그만 먼저 떠나버렸을 스텔라는 한번도 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견디지 못해 한다.


Human Touch. 스텔라가 영화 첫 장면에 뱉는 단어다. 서로를 만진다는 건 단순히 연인 간의 스킨십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긴장한 친구에게 용기를 건넬 때,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내 사람에게 위로를 건넬 때, 너무 기뻐 주체할 수 없는 행복을 나눌 때, 우린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안아준다. 


그러나 낭포성 섬유증 환자 사이에는 지켜야할 거리가 있다. 우리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는 'Human Touch'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픔은, 내가 받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내가 용기와, 위로와, 행복을 건넬 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런데 영화에서 스텔라는 딱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스텔라가 윌에게 건네는 대사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우리에겐 심리적 거리였던 '한 걸음'이라는 표현이, 그들에게 물리적으로 아주 큰 용기와 모험이 필요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다가갈게

이건 그녀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이다. 윌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의 표현이다. 그 한 걸음. 정말 딱 한 걸음. 그래서 수영장에서 그들이 당구채로 서로를 '만지는' 그 순간은, 그 어떤 로맨스 영화의 스킨십 장면보다 따뜻하고, 간질간질하고, 야하고, 설렌다. 



그런데 이 영화 왜 그랬어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러나 이 영화에서 못내 아쉬운 점은 그런 소재를 가지고도 정말 뻔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지독한 클리셰 투성이다. 설마? 하면 역시나이다. 예를 들어 스텔라의 7년 친구 포가 실수로 응급벨을 눌렀을 때, 나는 '설마' 포가 진짜로 응급 상황이 생기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인공 호흡 장면은 가히 가관이다. 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만들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좋다. 왜냐면,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간절한 '한 걸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별점을 매긴다면? ★★☆☆☆

<파이브 피트(Five Feet Apart)>(2019)

- 감독 : 저스틴 벨도니

- 출연진 : 헤일리 루 리차드슨(Haley Lu Richardson) - 스텔라 역, 

                콜 스프로즈(Cole Sprouse) -  윌 역, 

                모이세스 아리아스(Moises Arias) - 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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