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쩨리 May 01. 2019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를 다녀왔습니다

꽤 흥미로운 전시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4월 25일부터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전이 시작됬다.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현재 24시간 감시를 당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이 '감시'의 문제와 이를 둘러싼 현재 진행형의 이슈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전시다. 근처 도산 공원도 다녀올 겸, 천천히 다녀왔다.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속으로

 코리아나미술관의 지하1층부터 지하2층까지 구성되어 있고 작가 9명의 9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전시를 보는 데에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그치만 작품 하나하나가 꽤나 흥미로워서 계속 보고 있게 된다. 인상깊었던 작품 몇 가지를 골라보면 이렇다.


첫 번째 작품, 이은희(Eunhee Lee) 작가의

콘트라스트 오브 유(Contrast of Yours, 2017)

 계단을 내려와 전시 공간을 들어가 왼쪽에 바로 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흑인이 안면 인식 카메라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풀어내는 영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오른쪽 화면에서는 픽셀이 깨져 초점이 잡히지 않는 화면이 보인다. 이처럼 기계의 눈에 포착되거나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존재를 다룸으로써 감시 시스템을 완전히 부정하거나 수긍할 수 없는 양가적 현실에서 대안에 대한 고민과 함게 그 감시의 그물망으로부터 튕겨 나온 실제 인물을 조명한다.


두 번째 작품, 에반 로스(Evan Roth) 작가의

자화상:2019년 3월 27일(Self Portrait : March 27, 2019, 2019)

ⓒ다그림

 두 번째 작품은 지하로 내려와 바로 맞은 편에 보이는 부스(?)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4평 남짓 정도 되는 공간일까? 벽과 천장, 바닥을 잔뜩 메우고 있는 사진들은 2019년 3월 한 달간 작가의 노트북에 남겨져 있던 모든 인터넷 케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만큼 '감시'라는 주제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까. 예전 유럽 여행을 할 때 한 현대미술관에서 '나'라는 주제로 펼쳐진 전시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화가가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 썼던 파레트들을 죄다 모아놨는데 그 작품에 감명을 깊게 받았었다. 왜냐하면 정말 그 파레트 모음이야말로 그 화가만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 물감을 개고 풀어내는 방식, 색을 섞는 방식을 모두 담은 '화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날 것 그대로의 캐시 파일 모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그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의 쓰레기통을 보면 된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조작할 수 없는, 꾸며낼 수 없는 게 쓰레기통이고, 이 감시로 가득한 사회에서는 인터넷 캐시파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 말그대로 그 사람의 흔적과 삶을 엿보면서 이 작품을 보는 관객도 '감시'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러니 이 전시에 얼마나 적합한 작품인가.


세 번째 작품, 한경우(Kyung Woo Han) 작가의

중립적 관점(Neutral Perspective, 2019)

ⓒ다그림

 지하 2층의 전시장을 빠져나오면서 맨 마지막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마지막에 보게끔한 이유는 바로 작품의 형태에 있다. 이 작품은 총 4개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모니터에는 전시장 곳곳에 위치한 한경우 작가의 카메라들이 전시중인 작품들의 모습이 상영되고 있다. '감시'를 주제로 한 전시의 작품들이 '감시'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전시품의 일부만 보여줌으로써 한번더 해석을 거쳐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이는 감시와 비슷하다. 감시의 결과는 종종 감시의 의도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전시장의 작품이 한경우 작가의 카메라에 의해 일부만 보임으로써 1차적으로 재해석된다. 그리고 거기에다 그 작품을 담은 내 카메라에 의해 한번 더 재해석 된다. 이처럼 본래의 목적이 사라진, 작품의 일부만 담아낸 영상을 통해 감시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전시 후기

이번 전시는 아주 신선한 영감을 주었다. '감시'라는 주제 아래에 9가지 작품만 있지만 하나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들의 빛나는 통찰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또한 영상, 미디어, 설치 미술 등 적절히 섞여 있는 작품의 형태들은 훨씬 더 전시를 흥미롭게 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전시 팜플렛이다. 각 작품 하나하나 설명을 자세히 풀어놓아서 보다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전시 정보

출처 :  코리아나 미술관 홈페이지

전시 제목 :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전시 기간 : 2019.04.25 ~ 2019.07.06

전시 장소 : 코리아나 미술관

관람료 : 성인 4,000원 학생 3,000원(대학생 포함)

관람 시간 : 10;00 ~ 19:00 (일요일 휴관)

* 사진 촬영 가능

* 도슨트 운영 월 - 금 15:00, 17:00  / 토 11:00, 15:00, 17:00


전시 소개(출처 : 코리아나 미술관 홈페이지)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 가운데 깊이 침투하여 일상이 되어 가고 있는 '감시(surveillance)'의 문제와 이를 둘러싼 현재진행형의 이슈들을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은 일반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보안 문구에서 차용한 것인데, 이는 '더 나은 보안','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차단될 수 없는 틈과 예측 불가능한 오류와 통제,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이 '감시'가 지닌 양가적 측면을 담고 있다. (출처 : 코리아나 미술관 홈페이지) 자세히 보기 


작가의 이전글 5월, 볼만한 전시 추천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