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심리 상담을 받았다. 아직 1회만 받아보았을 뿐이지만 6회 정도가 더 남았다. 심리 상담, 우리에게 제일 필요하지만 주변의 눈때문에 선뜻 가기 힘든, 마치 여성에게 산부인과 같은 존재다. (제발 산부인과에 대한 생각 좀 바꿨으면...) 그래서 심리 상담을 받는 여정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다들 잘 받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람은 살아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스트레스는 때로는 우리를 나아가게 하고 성장시키는 힘이 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가면 우리에게 신체적, 정신적 위해를 가한다. 직장을 옮긴 후 살짝 사람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내게 가까운 동료분이 소개를 받았다며 알려주셔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사실 최초에는 신청 링크를 누르면서 그냥 직무 스트레스 정도만 상담해볼 요량으로 신청을 했다. 그러나 날짜가 가까워지고 상담에 대해 생각해볼 수록 뭔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상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삐에로 같은 일들 말이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상담 장소에 도착해서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고 가벼운 얘기를 주고 받은 뒤 가장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다.
상담을 신청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뭐에요?
분명히 상담을 받기 전 이렇게 저렇게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처음 상담 링크를 누르고 적었던 내용(직무스트레스)만을 얘기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얘기할지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그러다 문득, 다시 내게 이런 기회가 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언제나 마음 속 아주 깊고도 어두운 곳에서 나를 괴롭히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울 수 있을 기회가 있을지 등 말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다. 오래전 일이라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밤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건지 얘기를 하는데 조금 어려웠다.
나는 원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가장 소망하는 것, 가장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을 항상 꿈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꿈에서 펼쳐지거나, 소망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거나, 가장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거나 하는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먼저인지 정리하는 게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 얘기 전체를 입밖으로 내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약 50여분 정도만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얘기를 하고나니 시간이 훅 지나있었고 나는 몇 개의 테스트지를 받았다.
테스트지는 총 3가지였다. 문장 완성 검사지와 기질 및 성격검사지, 다면적 인성검사지 이렇게다. 문장 완성 검사지는 문장을 어떻게 완성하느냐를 보는 것인데 주어진 문장의 첫 단어들이 마냥 심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서 완성을 하다보면 나에 대한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 된다.
기질 및 성격 검사지와 다면적 인성검사지도 작성하다보면 내가 어떤 존재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이 차분히 점점 정리가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 반성도 하고 한편으로 고민도 하면서 했던 것 같다.
나는 결코 심리 상담이 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상담사 선생님과 애기를 하고 보다 전문적인 존재의 조언을 들으면서, 저런 테스트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과정 자체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하는 건 막 꼭 뭔가 내게 엄청난 정신적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해도 한번쯤 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마치 우리가 정기적으로 몸에 대한 건강 검진을 받듯, 정신도 건강 검진이 필요하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꼭 한 번 정도는 심리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