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다돌아 Dec 09. 2019

국내 최고의 공포소설가가 쓴 매력적인 에세이집

전건우 작가 "난 공포소설가" 책 리뷰




1.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에세이집


   어린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너무 무서워서 뇌리에 각인된 기억들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전설의 고향을 보다가 "내 다리 내놔라~~"라며 한발로 겅중겅중 뛰며 쫓아오던 귀신의 모습이 무섭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보다가 너무 무서워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서 소리만 들었는데 그게 상상력을 자극해서 더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우 살 떨려...


   누구나 비슷한 추억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전건우 작가의 "난 공포소설가"는 어린 시절 공포와 호러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친해졌으며 어떻게 무시무시한 이야기꾼이 되었는지에 대해 정겨운 입담.. 아니 필담으로 전해주는 에세이집입니다. 첫 챕터에 바로 전설의 고향 내 다리 내놔라 편에 대한 작가의 추억을 전해주고 있는데, 독자인 저와 너무 똑같은 경험을 했다는 반가움에 시작부터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무서운 이야기와 가까울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고, 그 상황을 기회 삼아 학교에서 주변 친구들을 상대로 무서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던 끼가 많은 아이였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이야기꾼의 기반을 닦았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공포체험을 위해 폐가에 겁 없이 들어갔던 사연은 책 속의 책처럼 한편의 호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실감 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작가의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 공포체험 같은 기억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추억 여행을 선물합니다.


   '13일의 금요일' 스토리를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원작을 찾아서 보고 싶은데 워낙 옛날 작품이라 찾아보기가 만만치 않아 아쉬웠습니다. 한 챕터 한 챕터마다 독자인 저의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과거의 추억에 빠져드는 즐거운 체험을 하게 해 주는 행복한 책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작가이기에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나 작가보다 연배가 한참 어린 분들이 이 이야기를 읽게 되면 어떤 감흥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우리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치 한도 내에서 가능한 반응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동시대를 살아내지 않았던 분들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즐길 자기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2. 에세이의 공감과 감동을 배가시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


   사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도 뿌리 깊은 학연의 사회입니다. 이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시대가 오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다음 시대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우리 사회는 기존의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저자가 일반적인 학벌 쌓기의 세계에서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란 보통 조심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이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이 아직도 무척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 이 세계의 잔혹한 현실이지요. 그럼에도 작가는 본인이 학교생활을 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통해 공부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제도권에 몸 담지 않았기에 더욱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정고시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고, 건강에 이상도 있었다는 사실 등도 매우 솔직하고 진솔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에세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첫 번째 조건은 솔직하고 개인적인 일상과 감상을 나누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매우 훌륭히 성공적인 에세이를 써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가끔은 만나고 연락도 하는 사이인지라 좀 더 친근하게 느꼈던 작가에게 사실은 전혀 몰랐던 남다른 과거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저와 살아온 라이프 스토리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함을 무기로 독자를 설득하는 좋은 글을 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성공한다.


   대한민국 출판계는 사실 장르소설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척박한 환경이었습니다. 최근에 와서야 웹 소설을 중심으로 장르소설이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지요. 전건우 작가는 오래전부터 호러소설을 써왔습니다. 중간중간 생계를 위해 장르소설 중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오기는 했지만 공포소설가라는 정체성을 놓친 적은 없습니다.


   한결같이 호러소설은 장르소설계에서도 마이너 오브 마이너라는 주장을 이어왔습니다. 그나마 SF나 추리소설은 장르소설에서 먹어주는 하위 장르가 아니냐고 항변했었지요. 제 입장에서는 그것도 딱히 아닌 것 같지만 호러소설이 갑오브 갑이라는 주장은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건우 작가보다 이전 세대에 훌륭한 호러소설을 쓰던 작가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 출간해도 잘 팔리지 않는 분야다 보디 한계가 분명했고, 웹 소설로 장르를 옮기는 현상도 많았으며, 호러소설을 포기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 와중에 전건우 작가는 호러소설을 꾸준히 계속 밣표해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건우 작가에 대해 소개하면 누군지 전혀 모르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느꼈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호러소설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인지도도 위상도 상당히 올랐습니다.


   유명해지기 전에 모셔서 팟캐스트 방송도 함께 했던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호러소설만 쓰는 것을 넘어 창작 관련 강의도 하고 방송 출연도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분이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호러소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되어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유사 이래로 한 우물 파는 사람, 되든 안 되든 계속 버티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격언이 다시 한번 증명이 된 셈입니다.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책 "난 공포소설가"는 작가가 소설은 물론 산문도 훌륭하게 잘 쓴다는 것을 굳이 확인시켜준 좋은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