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희 평론가 [천만관객의 비밀] 책 리뷰
1. 천만 관객의 비밀을 풀어 헤치는 영화평론가의 열정
"천만 관객의 비밀"은 최광희 영화평론가의 내공이 담긴 영화 흥행 보고서와 같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개개의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영화계의 흐름을 지켜봐온 경험을 바탕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거나 예상보다 훨씬 큰 흥행 성적을 거둔 성공작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도출하고 정리해 그 비결을 들려줍니다.
저자는 스스로 친한 관계자가 없다고 할 만큼 어느 한쪽도 의도적으로 호의적으로 평론하지 않고, 평론가로써 중립을 지키기로 유명합니다. 좋게 말해 중립이지 소위 모두 까기의 달인이라고 불립니다. 이해관계를 개의치 않는 특징 때문인지 언론이나 대중 매체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위태위태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기 십상입니다.
자신만의 소신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런 원칙들이 자신의 평론에 그대로 드러나는 편입니다. 평론가는 평론가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화 리뷰어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원칙이 "좋은 게 좋은"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업계에서 두드러져 보이기도 하고 불편하게 바라보는 분들이 생기게 되는 원인입니다.
그러나, 이 책 "천만 관객의 비밀"에서 나타나는 저자의 시선과 어감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대중적인 이미지 속에 각인된 까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계 전반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이 깊이 느껴집니다. 글을 통해 만나는 저자의 태도가 더 진실에 가깝지 않나 믿고 싶습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런 책이 출간될 수 없었겠지요. 애정을 넘어선 뜨거운 열정,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 등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대관절 천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영화의 비결은 무엇인가?
이 책에는 도입부부터 마지막 결론부까지 명확합니다.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처음부터 분명히 하고, 이를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며 중간중간 다시 요약해 정리해 주며 독자가 흐름을 놓칠까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 독자는 물론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든 독자 모두에게 세심하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천만 영화의 비결을 크게 "열정, 협업, 공감'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올지도 모르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만으로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끝내 성공해내는 자세는 열정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열정은 온갖 어려움과 부정적인 요소를 이겨내는 매우 중요한 자질임에 분명합니다.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고, 저자는 이런 적절한 케이스들을 요소요소에 잘 소개하며 주장에 근거를 더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협업"이야말로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영화제작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얻기 어려운 대표적인 작업입니다. 저자는 단편적으로 "협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쉬운 결론을 내리기 않습니다. 오히려 성공작들의 이면에 나타나는 협업의 다양한 케이스를 인터뷰 형태로 보여줍니다. 이런 방식은 독자들에게도 협업에 대한 일방적인 적용의 위험도를 줄이고 다양한 방식의 협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도와줍니다. 나아가 영화제작 외 다른 프로젝트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제시하는 '공감'은 영화제작 시에도 적용되지만, 마케팅 단계에 특히 크게 적용되는 요소입니다. 현대는 다양한 정보경로를 통해 사전 지식을 습득하고, 실시간으로 관객 반응을 살필 수 있는 sns 시대입니다. 더 이상 관습처럼 영화의 본질과 상관없이 흥미요소를 부각해 홍보를 하는 방식으로는 흥행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에서 드러나는 성공작 감독과 제작자의 모습을 통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관객의 공감을 얻기 이해 이들이 얼마나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라고 해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열정, 협업, 공감"에 모두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들 세 가지 요소가 바탕이 되어야만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혹자는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자기 계발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성공 공식의 변주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열정, 협업, 공감을 잘 알고 있느냐 아니냐 보다는 이런 중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대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뻔한 것, 아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기본을 놓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늘 변함없이 성공의 기본 요소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점검하는 것,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