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하고 싶지만, 부끄러운 이야기들

김 설 [사생활들] 중에서

by 돈다돌아
IMG_20210320_220950_156.jpg




지금부터 쓰려는 이야기는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서
발설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별일이 아닌데 왠지 부끄러워서 비밀이 되었거나
내 자랑 같아서 입을 다물게 된,
투덜거리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지만
속 좁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삼켜 버렸던 그런 이야기들.

[사생활들, 김설, 꿈꾸는 인생. 2021]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가벼운 수필, 에세이 글이

바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겠지요.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에게 의미가 있는,

알리고 싶기도 하고 감추고 싶기도 한 나만의 비밀스런 속내.

나를 드러내고 벌거벗겨져 보여주고 싶은 노출증과

숨겨진 타인의 일상을 들키지 않고

몰래 훔쳐보고싶은 관음증의 절묘한 조화.


그저 나의 일상을 알리고 싶고,

적당히 부담없는 거리를 유지하며 느슨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회적이고도 자연스러운 욕구를 너무 적나라한 표현으로

과장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욕구로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읽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사서 읽는 행위는 줄고

써서 파는 욕구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자와 청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

사는 것이 나쁘지 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욕망을 최대한 자연스럽고

교묘하게 포장하고픈 또 다른 욕망이 꽃피는 것이 바로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지금 끄적이는 이 글 역시

뭔가를 읽고 생각하고 쓰는 제 자신을

알아봐주고 반응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욕구의 발로가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