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다돌아 Aug 20. 2021

예비 작가와 독자를 위한 장르소설 안내서

북오션 신간 [장르소설 입문자를 위한 글쓰기] 책리뷰




1. 장르소설의 이해와 글쓰기를 위한 충실한 설명서

   북오션에서 최근에 출간한 [장르소설의 이해와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장르소설 작법서를 표방합니다. 그럼에도 저 같은 일반 독자(창작의 의지는 없고 읽기만 하는)가 읽어도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단순 작법서의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계속 드는 느낌은 '충실하다!'였습니다. 


   단순히 "장르소설은 이렇게 쓰시라."라는 관점에서 쓴 글이 아니었습니다. 5명의 저자가 각자 전문 분야인 추리,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 SF 장르에 대해 소개하는 글에 가깝습니다. 각 저자가 자신의 애정 장르는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어떤 관점에서 읽으면 재미가 배가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강점을 어필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각 세부 장르를 설명하는데 그쳤다면 작법서라고 할 수 없겠지요. 상세한 예시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설명합니다. 큰 틀에서 글쓰기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 어떤 단계를 거쳐 소설이 완성되는지 기초부터 알려줍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을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어떤 부분을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지 등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방식이다 보니 비단 장르소설을 쓰려는 예비 작가가 아니더라도 장르소설을 즐기는 독자들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도전하는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다독을 통해 감을 먼저 익히라는 조언이 와닿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일반 독자에서 예비 작가로, 전문작가로 옮겨가는 테크트리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소설 중에도 마이너 장르이기는 하지만 제가 애정 하는 "호러" 분야가 빠져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추리,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 SF 장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포인트를 잡는 데는 차고 넘치는 책이었습니다. 





2. 장르별, 작가별로 내용도 문장도 달라지는 버라이어티 팩

   다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앤솔로지의 경우,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을 즐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앤솔로지는 애초에 서로의 작품을 이어주는 공통 설정이 있고, 약간의 가이드가 있기 마련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모으기 위한 접점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앤솔로지와 비슷한 형식의 이 책은 5명의 저자가 함께 집필했지만 각자 자신의 전문 장르 소개와 글쓰기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의 개성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책 전체의 맏언니 같은 느낌의 양수련 작가는 책의 시작을 담당하면서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를 겸해 추리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양수련 작가의 경우는 이미 작법서를 출간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쉽게 편하게 핵심을 설명하는데 매우 능숙합니다. 개인교습을 받는 듯 정돈되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리듬감이 좋은 글의 전형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파트를 맡은 박성신 작가 역시 초보자나 해당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염두에 둔 정확한 개념 전달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특정 장르소설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 장르의 의와 특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데,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정의와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은 작가님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 부분을 다루면서 애매해서 설명을 모호하게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김보람 작가의 로맨스 쓰기 챕터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로맨스에 무지몽매하기도 하고 관심 자체가 없기도 했지만, 잘 몰랐던 비밀의 화원에 가이드를 받아 다녀온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작가의 글에서 느껴지는 쿨하고 익살맞은 어투가 편안하게 로맨스의 세계를 여행하기 좋도록 도왔습니다. 가볍고 트렌디하게 쓴 김보람 작가의 글이 책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무거운 작법서가 되지 않도록 희석해 준 것이 좋았습니다.


   김선민 작가의 판타지 작법 파트는 북바이북에서 출간되었던 [웹 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의 판타지 편과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거기에 예비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조언과 실제적인 작법 스킬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서 매우 충실한 파트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깊이 연구하고 잘 정리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글만 읽어도 작가의 정성이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유하 작가의 SF 작법 부분은 SF를 소개하기 위한 가장 충실한 글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글이었습니다. SF 장르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 설명부터 장르적 특성, 실제 작법에 도움이 되는 팁까지 하나 놓치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작법 예시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내용이 익숙하기 때문인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섯 작가 모두 성의 있고 충실한 준비가 느껴지는 글로 채워진 알찬 책입니다. 어느 파트를 읽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버라이어티팩 같은 책이었습니다.




3. 장르소설 작법서가 더 출간되어야 할 이유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책의 표지가 예뻐서 좋기는 했습니다만, '작법서가 또 나왔나?'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과거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소설 작법서는 상당히 다양하게 출간되어 필요한 분들은 이미 많이 읽고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이 시점에 또 한 권의 소설 작법서가 필요하단 말입니까? 똑같은 책이면 과거 검증된 유명한 작법서를 한 번 더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이 어떤 차별화 포인트가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작법서와는 다르고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작법서들이 좀 더 교과서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비교적 트렌디하면서 더 실용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법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르적 특성과 배경지식도 함께 담고 있어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실제로 공모전에서 당선이 되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생생한 실제 예시를 통해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장르 분야가 세부적으로 발전하고 대중적 사랑을 받으면 그만큼 많은 작품이 소비되고 더 많은 좋은 작가들이 나와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먼저 등단하고 사랑받는 작가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예비 작가들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렇기에 장르 소설이 부흥하면 할수록 이런 장르 설명서와 작법서가 다양한 개성과 각자만의 관점을 가지고 출간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물론 내용 자체가 충실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와 장르소설을 읽고 싶지만 진입 장벽 때문에 부담을 느끼셨던 예비 독자는 물론 장르소설 작가를 꿈꾸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록 순서와 상관없이 다섯 가지 장르 중에 가장 관심이 크고 좋아하는 장르부터 먼저 읽어보시면서 각 장르의 매력에 빠져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과 커리어에서 만나는 선택의 문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