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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l 04. 2018

줄 살인사건

묘한 매력의 조세핀 테이 소설의 출발점



1. 조세핀 테이 추리소설의 시발...


   저에게는 조세핀 테이 여사의 세 번째 작품인 '줄 살인사건'은 그녀의 첫 추리소설입니다. 좀 묘한 어감의 이 소설은 원제가 'The Man in the Queue"인데 무식하게 직역하면 "대기행렬에 서 있는 남자" 정도일 텐데 영어로는 어감이 괜찮지만 한글로는 어떻게 옮겨도 살인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 제목 같은 느낌은 안 나죠. 그래서 대놓고 살인사건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뽑은 것 같습니다. 

   '줄 살인사건'은 첫 작품답게 특유의 분위기와 핵심 인물의 캐릭터를 잡아가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테이 언니를 처음 만나는 작품이었다면 상당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눈먼 사랑"으로 이 언니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생경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느 추리소설과 분명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고, 이런 요소는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애정 하는 작가의 첫 작품을 접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기 마련인데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읽어서 첫 작품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그랜트 경감이 유난히 헛발질을 많이 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인간미 있고 좋아~~'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워낙 슈퍼 두뇌를 장착한 만능 탐정이나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류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실수를 할수록 공감이 된달까? 그래서 이 작품 속 그랜트 경감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2. '줄 살인사건'을 포함한 테이 언니 소설의 특장점들


   분명 출간 시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언니의 소설이 추리소설사의 한 획을 긋는 놀라운 걸작이라거나 대작이라는 느낌은 아닙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와따시와 깜짝 놀랐데쓰~~스고이 스고이~"라는 감탄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이 언니 소설은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더욱 매력을 강하게 느끼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개취가 크게 작용하지만요.

   이 시리즈의 특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입니다. 분명 살인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죽는데 사건이 진행되고 풀려나가는 모든 과정에 잔혹하다거나 매정하다는 느낌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결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데다가 가장 특징적인 느낌은 목가적이라는 점입니다. 

   이야기가 도심지에서 벌어지건 지방 시골에서 진행되건 뭔가 계속 '영국 시골'스러운 목가적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이 묘한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합니다, 사건의 흐름과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시골 마을을 여행하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 테이 언니의 디테일한 묘사에 따라 자연스레 상상하다 보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얼마나 평화로운지요. Peace~~~.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이에게 사랑과 평화를~~~ (이게 좀 심해지면 읽다가 잠드는 경우도... 크험험...)


   두 번째는 캐릭터의 매력입니다. 주인공인 그랜트 경감은 능력 있고 인간적인 데다가 사려 깊은 스타일입니다. 경찰 특유의 분위기가 없는 경찰 같지 않은 경찰이라 특히 주변 인물의 사정 청취에 유리합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여성과 정분이 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로맨틱한 내용이 없어서 여성 독자들은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야 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배가 아프니까요. 

   일에 관해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스마트하고 치밀하면서도 관심법에 준하는 '왠지 감이와..', '척 보면 앱니다.' 스타일의 남다른 육감을 가지고 있는 설정인데 다행히 첫 작품인 이 소설에서는 뭔가 느낌은 오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엄청 헤매고 끝까지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서 재수 없기 보다 정이 가는 캐릭터로 잘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시리즈 전체를 봤을 때의 짜임새입니다. 아직 세권 밖에 못 읽어서 시리즈를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차피 일단 우기고 보는 거니까. 시리즈의 구성과 짜임이 좋은 이유는 작품들이 모두 일관성이 있고 그 토대 안에서 지나치지 않은 수준에서 변화를 꾀하기 때문에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지루하지 않고 한 작품씩 읽을 때마다 또 어떤 구성과 사건이 벌어질지 기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시리즈에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전체적인 목가적 분위기 등이 일관성이 있게 나타납니다. 딱 읽으면 '아, 역시 테이 언니 소설이군.' 하는 느낌이 옵니다. 그런데 각 작품의 사건 전개 양상은 또 많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과 변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느낌입니다. 







3. 어엇, 그게 다가 아니야. 속지 말자 극찬에...


   제가 다른 독자의 리뷰를 읽거나 특정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거 꼭 밝혀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이 극찬하는 소설이 저에게는 수면제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자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리즈가 딱 그런 케이스에 해당할 가능성이 꽤나 높습니다. 

   살인사건을 다루는 조세핀 테이 언니는 왠지 평화주의자라고나 할까? 이런 느낌이 있어요. 사랑과 평화와 박애로 가득 찬 충만한 자신만의 우주를 가진 여성분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설명드린 데로 살인사건인데 무척 평화롭습니다. 사회파 소설은 아닌데도 강력 사건은 났으나 누구도 나쁜 놈은 없는 느낌이랄까? 줄 살인사건도 따지고 보면 피해자가 젤 나쁜 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말입니다(강력한 스포일 수도 있으려나).  

   독한 소설을 좋아하시는 여러 형제, 자매 분들에게는 매우 심심한 소설이 될 수도 있어요. 이거 뭐 맹물 같은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저는 원망을 피하기 위해 빠져나갈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랬잖아요. 목가적이고 평화롭다고..."뭐 이런... 아 몰랑. 나는 좋았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평가도 후한 "시간의 딸"을 여태껏 못 읽고 있는데 이 작품은 심리적 진입장벽이 좀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그 유명한 장미전쟁이거든요. 그래서 심지어 소설 초반에 장미 전쟁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제공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제가 또 역사 바보라는 자각은 있다 보니 매우 부담스럽더군요. 뭔가 유럽 역사서 한 권 정도는 읽은 후에 이 소설에 도전해야 되겠다는 이상한 생각에 빠져 있어서 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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