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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l 03. 2018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산만한 자여 오라, 훠이~~ 나머지는 가라!




1. 분주하고 산만한 자여 다 이리로 오라. 내가 쉬게 하리라. 너 말고...                                                    


   오랜만에 진심 벙찌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정말 충격적입니다. 책의 소개 글을 잘 읽어보고 구매를 했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이 책은 정말 ["항상(여기에 방점이...)"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고민인 어른들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읽으면 안 되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그런 책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은 시작부터 "즉흥적이고, 산만하고, 항상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라고 독자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그러한 "당신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합니다. 일단 요래요래 선빵을 날리고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이때까지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정도 반응을 했으니까요.

   그러나 책의 내용이 진행되면서 반복적으로 "당신은 ~~ 한다.", "당신은 ~~ 한 사람이다"라는 선언과 함께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맘을 편히 가지고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당신의 장점을 살려라. 이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걷지 않는다. 인생의 의미와 욕망 사이에서 당당히 '욕망'을 선택한다.
- 당신은 호기심이 많아서 누구보다도 먼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받아들인다.
- 당신의 삶을 구성하는 일들은 결국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이어져 있다. 낯선 것을 탐색하는 흥분, 이는 어떤 일이든 당신이 선택을 내릴 때 확실한 기준이 된다.

   이런 식입니다. 그러나 우짜지요... 참으로 난감합니다. 저는 정말 저자가 매 꼭지마다 선언하듯 단언하듯 정의하는 설명과는 전혀 다르고 심지어 정반대인 성향의 닝겐인걸요....                                                     


   그리하여 이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쁨과는 전혀 상관없이 즌혀 공감이 안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말입니다. 상담료를 지불하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상담자가 상담 시간 내내 옆에 사람만 보고 대화를 하는데 저는 멀뚱히 소외되어 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그랬어요. "당신은 새로운 것을..." 하면 저는 속으로 '아, 아닌데요...', "당신은 한번 마음을 먹으면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하면 '응? 전혀 아닌데요...' 뭐 이런 반복이랄까... 하아... 계속 반복입니다. '아, 저말입니까?, 와따시와 어느 닝겐데스?'

   이런 식으로 독자의 특징을 특정해서 당신은 이렇다고 단정하고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면 구매는 하지 않았을 것을... 개인적으로 저와 안 맞는 내용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들         


   제 개인적인 감정적 상태와는 상관없이 놀라운 진리가 들어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는 좋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책 제목처럼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징과 그들에 대한 격려를 비롯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며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이에 맞서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이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론을 논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하여 독자 개개인이 가진 특별한 삶의 방식을 찾기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체면 사회다 보니 아무리 세대가 바뀌고 변화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히 조직 내에서는 주변의 압박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특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그러나 사실은 좋은 기질로 설명할 수도 있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로와 격려와 기술적인 깨알 같은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단한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정서적, 감정적 위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살은 빠르고 강하게 잘 쏘았는데 옆에 과녁을 맞힌 느낌이랄까... 아니 궁사는 정확히 쏘았는데 엉뚱한 과녁이 덤벼든 형국이랄까... 여하튼 초반에 그냥 덮으면 될 것을 구매했으니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3. 애들은 가라. 딱 들어맞는 어른만 와라.                                                    


   사실상 그냥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좀 더 학문적으로 설명을 하는 형식이었다면 덜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특징에 공감하면서 '맞아, 내가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무릎을 탁 쳐가며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특정 성향의 독자를 겨냥해 썼는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어차피 책 내용이 이렇다면 관련 있는, 호기심 도는 독자만 살 거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 마케팅 기법 차원에서는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 같은 사람이 좀 멍하니 뭐 하러 샀을까 후회하는 극히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라는 상품의 놀라운 특성에 대해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책을 구매해서 끝까지 읽어보기 전에는 책에 대해서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점 말입니다. 다 읽었으니 "끝까지 이렇더라. 헝헝..."이라고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것이지요. 중간에 그만 읽은 책은 리뷰를 쓰지 않으니까요. 아놔 정말 답답해서.. 

   제가 너무 침소봉대하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하나 물었으니 씹어대는 것도 나름 맛이라면 맛인데다가 시간을 꽤나 들여 읽었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짜증이 덜어지는 것도 있고 해서... 참... 
 


   저자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 같아 조만간 다른 책도 한 권 정도 더 읽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두 권은 읽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이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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