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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pr 05. 2023

나의 영향력을 고양시키고 사람을 살리는 듣기의 중요성

야마네 히로시 [히어 HEAR] 책 리뷰






1. 쉽지만 어려운 '듣기'라는 난제

늘 감탄하는 부분이지만 일본인 저자들은 어떤 특정 테마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런 주제로도 책을 쓰나 싶은 것도 능숙하게 잘 다룹니다. 이 양반들이 특히 빛나는 경우는 자주 듣기도 하고 접하기도 해서 중요한데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잘 느끼지 못하는 문제를 다룰 때입니다. 이 책의 저자 야마네 히로시 역시 막상 접하고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은데 잘 안되는 '듣기'의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제목이 스포인 이 책은 듣기가 왜 중요한지로 시작해서 그 중요한 듣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사람들이 평소 중요하게 느끼지 못하는지를 쉽게 설명합니다. 심리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듣기를 잘 해내면 좋은 점과 실질적인 실천 방안까지 커버하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책에서는 듣기를 잘하는 비결, 즉 '뭐든 말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비결을 간단히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용, 공감, 자기 일치입니다. 이 세 가지 비결이 순차적으로 잘 이루어지면 듣기를 잘하는 사람,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 직장 생활이나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거의 대부분이 수용과 공감, 자기 일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수용, 공감, 자기 일치를 반복해서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비결은 미국의 칼 로저스가 강조한 경청의 3원칙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한 심리학자와 경영, 경제, 자기 계발 분야의 유명 강연가 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뿐 아니라 다양한 유명 저자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듯이 인간은 근본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그저 경청하기 보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먼저 떠올리는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그렇다 보니 듣기라는 단순한 일이 이토록 힘들고 잘 듣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어떻게든 잘 듣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반복해서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책입니다. 거기에 어떻게 해야 잘 경청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다양한 조언까지 해주고 있고, 실제로 적용하기 좋은 실례도 풍부하게 담고 있습니다. 글씨가 크고 내용이 듬성듬성해 보여서 가볍게 생각하고 읽은 책이 의외로 너무 좋아서 꽤나 놀랐습니다.





2. 정말 잘 듣는 사람이 되는 핵심 비결

여러 책에서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려면 드럽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저 듣기만 잘 해도 남을 설득할 필요도 없고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어필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합니다. 잘 경청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신뢰관계만 구축되면 그다음은 저절로 풀려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설명은 저 역시도 경험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저자는 우선 '들으라'라는 조언 후에 더 나아가 '말을 하지 말라'라고 조언합니다. 구체적인 챕터를 통해서 말하지 말라는 의미가 입을 닥치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도 있지만 욕구를 참으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알려주고 싶은 욕구, 상대방의 말을 평가하고 싶은 욕구, 굳이 설명하고 싶은 욕구, 물어보고 싶은 욕구 등을 모두 참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뭔가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구체적 설명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명쾌한 조언입니다.


저자의 조언 중에 개인적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깨달은 챕터가 있었습니다. "공감은 해도 동감하지 않습니다"라는 챕터였는데, 저는 그동안 공감과 동감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려 노력할 때 그저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치 나의 일처럼 생각하고 애를 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공감과 동감은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깨닫게 되어 앞으로 대화를 나눌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대화를 이어갈 때 잠시라도 침묵하는 순간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뭐라도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을 자주 겪었는데, 저자는 침묵을 잘 견뎌야 상대방이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이어서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조언합니다. 불편함을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로 침묵의 순간을 채우려고 했던 저의 행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좋았습니다. 또, 지나친 경청은 나의 멘탈을 흔들기 때문에 그 적정선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 역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그동안 이미 읽었던 경청에 관한 자기 계발서와 큰 틀에서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같으면서도 다른 이 책만의 배울 것이 분명 있습니다. 비슷한 자기 계발서가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도 자꾸 찾아서 읽는 이유는 같은 주제라도 막상 읽어보면 이 책에서만 깨달을 수 있는 유용한 내용과 꿀팁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승 선생이 그의 저서 "서재의 마법"에서 '유사한 분야의 책들을 여러 권 읽으면 그 분야의 핵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다듬을 수 있고, 필요 없는 내용과 보관할 가치가 없는 책을 골라낼 수 있으며, 그 책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비법 들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끄집어 낼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합니다. 바로 이 책으로 그의 조언이 피부로 와닿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책들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인 중첩과 가지치기의 원리를 적용하기 딱 좋은 책이었습니다.





3. 사람을 살리는 '듣기'의 가치

책의 전반적인 조언도 너무 좋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백미는 에필로그에 있습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업무상 고민, 금전적 고민, 빈곤, 마음의 병, 은둔형 외톨이 문제, 사회적 고립 등과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늘어나는 양상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사회의 발달과 발전이 도대체 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저자 역시 심리상담사로써 비슷한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박형신, 정수남의 저서 "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지적하듯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공포의 감정과 그 공포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자본과 기업의 논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주 흔한 예로 치안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의 안전을 이웃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왔습니다. 아이가 혼자 있으면 이웃이 집에 데려다가 놀아주기도 하고 식사도 제공해 주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웃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고 언제 나와 가족에게 해를 끼칠지 알 수가 없다는 공포에 지배되는 것이지요. 이런 공포는 보안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CCTV를 설치하거나 보안장치와 출동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려 합니다. 공포가 비즈니스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제 나의 문제를 이웃이나 누군가에게 쉽사리 오픈하지 않습니다. 나를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합니다.


저자는 이 수많은 문제의 80퍼센트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히 해결된다고 주장합니다. 각자가 원하는 완벽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전반에 설명한 듣기의 원리를 적용해 보면 저자의 주장에 동감은 아니더라도 공감은 하게 됩니다. 저자는 "수용과 공감과 자기 일치를 바탕에 두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이 한 문장 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 분이 계시거나, 영업 활동 등 실적을 잘 올리고 싶은데 쉽지 않으신 분, 잘 듣는 경청의 자세나 기술을 점검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신다면 여러분은 경청을 통해 스스로의 자존감이 고양되고 일이 잘 풀릴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시는 것은 물론, 사회에 고립되거나 극단으로 치달을지도 모를 한 영혼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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