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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l 14. 2018

발레나 해 볼까?

일상 발레를 다룬 흔치 않은 그림 에세이



1. 본격적으로 발레를 소재한 그림 에세이                                                    


  이 책은 제가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표지가 노랑이다. 둘째, 발레에 관련된 책이다. 일단 표지가 노란색이면 묘하게 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레는 아이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전문적인 식견은 생길 수가 없어요. 용어도 어렵고 몇 개월째 다리 일자로 벌리기는 진전이 없을 만큼 몸땡이는 마지못해 달고 다니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 동작들이 이해도 안되고 실현불가능이란 말입니다. 크흙... 할 수만 있다면 유연하고 건강한 신체로 몸을 바꾸고 싶어요. 꺼이꺼이... 


   그나저나 이 책은 발레를 일상 수준에서 다룬 그림 에세이입니다... 끝...     

                                               


 이라고 할 수는 없고, 뭐 그런 에세이집입니다                                                    




                                                                                                                                                                                                                                                                                                                                                                                                                                                                                                         

2. 그래서 어떤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나?                                                    


   무척 부담 없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앞부분은 주로 일반적인 발레리나보다 훨씬 몸이 건장한 주인공 위엔위엔이 발레학원에 다니면서 생기는 일상 이야기를 위트 넘치게 그리고 있습니다. 엄청 재밌고 웃기지는 않았습니다만 발레에 대한 가벼운 비틀기와 자학 개그 코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는 발레 하는 사람들을 위한 SNS 가이드라고 꽤 긴 페이지를 할애해 두었는데 실제로 인스타그램 화면처럼 페이지를 구성해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여러 등장인물들의 글과 사진 등을 SNS에 올렸다는 가정하에 댓글이나 반응들을 써 두었습니다. 저는... 재미없었습니다.

   가장 유용한 부분은 그림을 곁들여 발레 용어를 설명해둔 후반부였어요. 평소 가끔 듣게 되는 발레 용어에 대해 그림을 보면서 알아보게 되어서 좋았는데 완전 무식쟁이한테는 그것마저도 어려웠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봐가면서 재확인하고 해야 했거든요. 동영상도 아니고 그냥 그림이다 보니 전달에 한계가 있기도 했습니다.

   일반인을 알 수 없는 무대 뒤 풍경에 대한 그림도 마지막에 있었는데 가끔 아이 때문에 공연 중에 무대 뒤를 가본 터라 더 와닿고 재미있었습니다.                                                  

   





3. 발레를 일반인들이 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래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발레를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여기고 있는 형국인 거 같습니다. 우리 애가 발레를 하게 되지 않았다면 저야말로 '그 따구꺼 뭐 하러 몸을 비틀고 생난리를 치는 거야?'라고 생각했을 테지요. G20이 어떻고 선진국이 어떻고 하는 소리가 들린지 오래지만 문화 체육예술 저변을 생각하면 아직도 선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머나먼 라마의 외계인 이야기 같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발레가 가끔 소재로 쓰이기도 하고 춤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발레리나나 발레리노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류에 들어가는 느낌은 아닙니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냥 소질이 있어서 재미 삼아 하기에는 지나치게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보니 대중화되기 어렵고 그만큼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삼식이 아버지가 갑자기 발레 바람이 들어서 발레학원에 가서 등록을 했다고 하면 최소한의 기본 동작을 해내기까지 인내하기 전에 며칠 못가 때려치우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저주받은 몸을 탓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죠. 굳이 삼식이 아버지를 예로 들었지만 그 아버지가 바로 나와 같은 운명이란 말을 굳이 하지 않겠습니다. 둘째가 다리를 일자보다 더 벌린 자세로 누워서 저의 스트레칭 모습을 보면서 "아빠, 왜 몸이 그렇게 뻣뻣해?"라며 진심으로 경이로워할 때의 그 굴욕감을 생각하면 발레라는 장르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의 축과 같은 것이란 말입니다!!!                                                    


   조금 감정이 격해지기는 했습니다만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저와 비슷하게 몸치인 사람이 등장하고 그 와중에도 울어가며, 무시해가며 악착같이 발레를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저주받은 몸매와 유연성을 가진 동지들이 위로받고 격려 받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책인 것입니다. 막 엄청 재미는 없었지만요. 암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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