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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r 16. 2024

달리기의 기본과 마음가짐을
챙기고 싶다면?

김성우 <30일 5분 달리기> 책 리뷰




1. 달리기는 대결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뭔가를 하면 뽕을 뽑는 걸 좋아합니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안 하려면 말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그래서 뭘 하면 일단 복장과 장비를 구입하고 전문가 수준으로 무장부터 합니다. 한때 한강을 걷다 보면 쫄쫄이와 각종 장비로 무장하고 비싸 보이는 자전거를 탄 분들이 줄줄이 지나가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보였습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줄줄이 비엔나처럼 달리는 자전거 행렬을 보면 제가 사회 부적응자라도 된 느낌도 들고, 뭔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지랖의 민족이라 그런지 뭔가를 하면 서로의 복장과 장비를 비교하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을 붙잡고 자전거가 얼마짜리인지 물어보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수백만 원은 기본이고 천만 원이 넘어가는 자전거를 갖춘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자전거도 못 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달리기는 맨몸 운동이다 보니 비용 문제도 적고 서로 비교할 일도 비교적 없는 것 같습니다. 기껏해야 30만 원 대가 최고가인 러닝화 정도만 마련하면 되고, 초보는 그렇게 비싼 러닝화를 신으면 오히려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오히려 더 저렴한 러닝화를 신어야 하는 형국입니다. 그만큼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진입장벽이 없으면서도 경제적이고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좋은 운동입니다. 

   이런 달리기도 하다 보면 쉽고 편안한 운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학습되어 있는 빨리빨리 문화와 성취감을 중시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빨리 잘 달려야 되고, 거리가 늘고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조급함이 절로 들게 됩니다. 그래서 초보 런닌이를 벗어나고픈 욕심에 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무리는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관심이 생기고 카페 같은 곳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접하다 보면 저보다 잘 달리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 자꾸 공부하게 됩니다. 몸은 무겁고 천근만근인데 고수들의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합니다. 마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어른처럼 달리려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음은 이미 엘리트 고수들의 훈련법과 트레이닝 수준에 가 있어서 내 수준을 착각하게 됩니다. 이럴 때 부상을 피하고 마음을 다스리기 정말 좋은 책이 바로 <30일 5분 달리기>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천천히 아주 조금씩 기록을 신경 쓰지 말고 달리기는 것을 통해 달기리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달리는 신체적 행위뿐 아니라 달리기를 대하는 마인드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달리기는 누군가와의 대결이나 보여주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회복하며, 내 몸과 대화하는 시간이라는 기본적인 태도를 알려줍니다. 영상과 글로 초보라 너의 부상 위험을 그렇게 봐왔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다쳐서 한참을 못 달린 저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2. 30일 5분 달리기의 주요 내용

   우리가 뭔가를 할 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달리기를 잘 하기 위한 책이라면 우선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신뢰할 수 있습니다. <30일 5분 달리기>의 저자 김성우 씨는 스탠퍼드대 환경공학 석사를 한 소위 공부 잘하는 엘리트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달리기의 매력에 빠지면서 우울증도 극복하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국인 아니랄까 봐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점점 기록과 속도에 집착하며 자신을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달리기로 최고의 기록을 내는 케냐의 육상 캠프를 두 차례나 찾아가 그들에게 달리기를 잘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캠프 참여를 통해 달리기가 삶과 닮아 있다는 것을 배우고 '마인드 풀 러닝'이라는 개념을 잡아 달리기에 대한 태도를 정립합니다. 이 대목에서 언 듯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단순히 잘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행동력까지 갖춘 사람이라는 점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달리기 선수들의 훈련법을 직접 보고 배운 것은 물론 무리하다가 부상당하고 번아웃에 빠진 경험을 통해 정립한 달리기 이론과 마음가짐이라면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는 우선 천천히 무리 없이 달리기부터 시작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달리기를 기록할 것과 코호흡을 연습할 것을 권합니다. 코호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도 코호흡 만으로 달리고 있는데 입으로 호흡할 때보다 더 힘들고 페이스를 올리기 어려웠습니다. 

   한편 정해진 거리를 목표로 달리다 보면 아무래도 무리를 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거리를 따지지 말고 시간을 기준으로 달릴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잘 안됩니다. 뭔가 스스로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을 채우면서도 거리도 맞추는 방식으로 절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의 자세,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달리는 방법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달릴 때 듣는 음악도 추천하고 달리기 전후의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은 물론 식습관도 설명합니다.  어떤 식으로 스케줄을 짜서 달리기를 지속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하고 있어서 물리적으로 필요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의 전작이 <마인드풀 러닝>인 만큼 이 책에서도 달리기를 대하는 마인드에 대한 언급이 무척 많습니다. 달리기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상당히 맞닿아 있기도 하고, 달리기를 통해서 인생을 돌아보고 자신을 찾는 경험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새겨들을 만한 조언들이 많습니다. 저자의 생각을 읽다 보면 사회적인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달리기의 힘

   매일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두세 번 30분만 뛰어도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많이 경감됩니다. 아직 잘 뛰지도 오래 뛰지도 못해서 그런지 막 긍정적으로 바뀌고 인생이 달라진다는 느낌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더 잘 뛰고 오래 뛰고 즐겁게 뛰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무슨 신앙 간증처럼 달리기의 긍정적 효용을 찬양합니다. 저도 달리기 신의 축복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30일 5분 달리기>는 이런 달리기의 정서적인 유익을 잘 누리는 방법으로 애초에 하루 5분만 달리는 것으로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모든 운동에 존재하는 진입장벽, 허들을 아예 낮춰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대신에 가능하면 30일 정도를 빠짐없이 해보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더 오래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해주고 그 사이에 달리기를 잘 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나 마인드를 세팅하도록 돕고 있는 구조입니다. 

   무슨 일이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처음에 빠져들어서 미친 듯이 설치다가 다치거나 열정이 식어서 그만두게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달리기 역시 막 달리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잘 달릴 수 있는 몸을 서서히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베스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0일 5분 달리기>의 접근 방식과 조언이 아주 유용합니다

   얼마 전 읽었던 <달리기의 모든 것>은 정형외과 의사인 남혁우님이 저자라 그런지 달리기의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달리기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부상과 치료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 책은 부상으로 가지 않기 위한 달리기의 접근 방식과 태도, 그리고 마음가짐을 다루고 있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30일 5분 달리기>를 먼저 읽고 어느 정도 달리기를 해 나가면서 <달리기의 모든 것>을 읽어주면 순서상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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