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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11. 2018

리뷰 쓰는 법

비평을 위한 "기본기"에 방점을 찍어야 할 작법서



1. 리뷰 쓰기 ≠ 비평 쓰기


   최근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일반화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충만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짧건 길건 리뷰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배려심일 수도 있겠습니다. 굳이 조금 더 내면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자기표현의 욕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많은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강한데, 대체로 마음은 원하나 글을 수려하게 쓸 자신은 없는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저 역시 (어차피 무슨 책을 읽어도 늘 하던 데로 그냥 그렇게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막 쓰게 되기는 하지만) 리뷰를 계속 쓰다 보니 '좀 더 잘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좀 더 그럴듯하게 쓸 수 있는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궁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런 "리뷰 쓰는 법" 같은 책이 눈에 확 띄는 것이지요. 이 책을 집어 든 대다수의 독자들이 비슷한 심리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원하는, 우리가 원하는 "리뷰 쓰는 법"이 담긴 책이 맞기는 한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늘 닥치는 문제지만 책이라는 상품은 수박 맛보기 같은 방식으로 내용을 미리 파악해보고 선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읽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고추장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 산이 아닌가 벼? 하는 생각이 들어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쌍욕을 할 자격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장에 뭔가 뒤통수를 팍 때리는 놀라운 내용이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딱 한 두 장만 읽어보아도 '어어.. 어어... 이... 이거슨.... 포장 바꾸기 전법?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목차 어디를 보아도 "리뷰"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직 표지 책 제목에만 "리뷰"라는 단어가 등장하지요. 본문에는 온통 "비평"이라는 단어로 도배하고 있습니다. 비평의 의미, 준비, 쓰기, 단련하기 등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그러니까 "비평 쓰는 법"이라는 책인 것이지요. 

   사전적으로 따져보면 리뷰나 비평이나 도긴개긴 이 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통상 상상하는 "리뷰"라는 것은 "책 리뷰 or 영화 리뷰"와 같이 개인의 감상글에 가깝다는 뉘앙스가 있지요. 비평이라는 말과는 어감에서는 물론 실생활에서 통용되는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오죽하면 저는 제가 쓰는 이 글에 "서평"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아효. 왠지 "서평"이라 하면 [기본적인 뼈대를 지킨 매우 형식을 갖춘 글]이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금은 더 가볍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 감상에 치우친 글]이라는 느낌으로 "리뷰"라고 쓰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조화로 이 책은 온통 비평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한데 "비평 쓰는 법"이 아니라 "리뷰 쓰는 법"이 되었단 말입니까?라고 약 20초 정도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뭐가 의문인지 채 정리하기도 전에 답이 나오지요. "리뷰 쓰는 법"이라고 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 책을 집어 들 가능성이 훠얼씬 높아지기 때문이겠지요. 남태평양 바다보다 더 너름 마음의 소유자인 저는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다만 이 책의 장점만 취하기로 마음먹습니다.(그렇게 보기에는 좀 길게 쓴 것 같기는 하다...) 

                                                   






2. 비평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 것인가?


   이 책에서는 가치를 전달하는 글이 비평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설명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핵심은 "가치 전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리뷰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A를 무작정 치켜세우거나, B를 깎아내리기만 한다면 비평이 아닙니다. 비평을 읽고 가치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비평이란 이름에 값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p13


“상호 간의 차이를 명료히 하고, 서로가 새로운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비평의 속성이 유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비평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도구이고, 비평 쓰기는 상대에게 가치를 전하는 행위입니다. p15


   우리가 보통 이런 책을 선택할 때에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의 리뷰 쓰는 솜씨가 일취월장할 만한 무언가가 생길 것이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들여서 이런 책을 읽을 리가 없지요. 실제로 이 책에는 "비평"이라는 글쓰기의 기본에 대한 모든 것이라 할 만큼 잘 정리된 내용들과 실제적인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읽는다고 나의 글솜씨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 좋은 책을 읽었구나..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이런 것들을 유의해서 쓰면 참 좋겠구나..' 정도의 짧은 깨달음을 줍니다. 물론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구체적인 내용들은 마치 드라이아이스가 녹아 연기로 사라지는 것처럼 두뇌에서 증발되고 있습니다만...

   비평이 목적과 효용, 비평을 위한 준비에 필요한 것들, 비평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점들, 좋은 비평을 위해 단련해야 할 것들, 좋은 비평을 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방법들 등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세요. 

   이 책에서는 "비평은 대상의 긍정에서 시작된다"라는 문장으로 맺음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어른이 저는 이 책 "리뷰 쓰는 법"을 긍정하는 것으로 리뷰를 맺으려고 합니다. 쩝쩝... 찹찹...


비평은 대상의 긍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현실에서 어떤 대상을 인정하지 않는 한, 관찰을 할 수 없고, 관찰이 불가능하다면 발견도 생겨나지 않고, 발견이 없으면 생각도 쌓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현대에 비평 또는 비평하는 태도를 사회에 퍼뜨린다면 조금이나마 침착함과 차분함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는 언어와 언어가 오르내리는 가운데 한숨 돌릴 수 있는 작은 층계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p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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