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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an 06. 2019

우리의 일상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에세이

일중독자의 여행 - 니컬러스 스파크스, 이리나 옮김, 마음산책




1. 가끔은 삶의 의미를 돌아볼 때가...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상당히, 매우, 억수로 어이없을 정도로 '이상'합니다.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만 저 역시 매우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뭔가 사회성이라는 것이 꽤나 부족했어요. 그래서인지 대학 때만 해도 친구가 그다지 없었습니다. 수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공대에 들어가서 사는 게 어떠니 죽는 게 어떠니 헛소리를 하곤 했으니 인생의 황금기를 즐기며 밤마다 술자리에서 웃고 떠들던 친구들에게는 정말 이상해 보였을 겁니다. 


   그나마 그중 가장 가까웠던 친구는 대학 첫 단체 MT 버스에서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제 옆자리에 앉았던 '상원'이라는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잘 생기고 웃음이 많은 데다가 사람들과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저는 '상원'이 옆에 붙어 다니는 아이가 되었지요. 생겨먹기를 질투 따위는 잘 하지 않는 저지만, 마음속으로 사람들과 잘 지내고 누구나 좋아하는 친구를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롤모델 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그렇게 좋아하던 상원이는 그 성향에 매우 잘 맞는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했고, 밤새 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셨습니다. 즐겁던 수많은 밤들의 대가로 상원이의 간은 철저히 망가졌고, 결국 가슴 위부터 배꼽까지 수직으로 배를 가르는 흉터를 남기며 간의 대부분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죽음을 넘나드는 대수술을 받은 상원이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는 듯이 열심히 공부를 했고, 공학 관련 전문 번역 자격을 취득하고 미국의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아시아에 인턴으로 활동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군대를 다녀왔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정신없는 생활을 하던 중, 상원이의 입원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의 일부분밖에 없는 상원이는 남들보다 더 많이 쉬어야 하고 절대로 몸에 무리를 주면 안 되는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무리를 해서 결국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 통화에서 상원이는 지금 자기를 보면 너무 변해 있어서 알아보기 힘들 거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쫓기던 저는 결국 한 번 찾아보지도 못한 채 상원이의 죽음을 맞아야 했습니다. 


   당시 저의 충격은 상당히 컸습니다. 금방 평정을 찾은 것처럼 일상생활을 변함없이 이어갔지만 무언가 제 안에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지요. 부족한 철학적 소양 때문인지 그 사건을 "인생을 대충사는" 핑계이자 명분으로 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가까운 가족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은 우리의 삶을 종종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합니다. 직접 그런 일을 경험하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을 동반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꼭 직접 겪지 않아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 고 있습니다. 책 쟁이들은 당연히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관점에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일중독자의 여행"은 매우 훌륭한 간접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야 이 분의 소설을 아예 안 읽어서 처음 접할 때 별다른 감정은 없었습니다만,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소설가가 남긴 유일한 비소설이자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은 독자에게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함께 인생을 돌아볼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2.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인생, 성공과 행복만 가득해 보이는 타인의 인생에 대해...



   이 책은 정신없이 바쁘게 번 아웃되며 살던 저자와 저자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형과 둘이서 떠난 3주간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을 떠나며 만나는 코스마다 기본적인 소개와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과거 저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조금씩 나눠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이런 전개를 통해 저자와 가족에 대한 스토리를 차츰 알게 되면서 폭풍 같은 저자의 삶을 이해하고,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공감과 교훈을 얻게 됩니다. 


   사실 여담이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많은 작법서에서 반드시 피해야 하는 나쁜 방식이라고 가르치는 방법입니다. 이야기가 미래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많은 경우 글을 쓰면 자꾸 과거로 돌아가 캐릭터의 숨겨진 과거를 설명하려 든다는 것이죠. 그래서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박진감이라고는 없는 지루한 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저자가 이런 과거 회상 방식으로 쓴 글은 재미있게도 지루한 느낌이 조금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공감하며 감정이입한 상태로 읽게 되는데, 읽고 나니 역시 단순히 작법의 스킬이 문제가 아니라 '필력과 스토리가 있으면 다 커버가 가능하구나'라며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숱한 어려움과 가난에 허덕이다가 '노트북'이라는 소설 하나로 백만장자가 되는데, 언뜻 보면 정말 로또를 맞은 행운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책 출간 후 가지는 인터뷰 튜어에서 사람들에게 항상 행운아처럼 취급당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나 같은 행운을 타고나면 기분이 어떠냐, 내가 축복된 삶을 누린다고 생각은 하느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p364


   저자는 저 질문을 받고 있던 그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가족에게 닥친 불행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평범하던 일반인이 글을 쓰고 공감을 얻으면서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 저 사람은 저런 행운을 얻었을까 부러워도 하고, 때로는 질투도 하며 '나도 해봐야지'라고 투지를 불태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나 아픔과 상처가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가 학창 시절부터 늘 장난처럼 해오던 말처럼 어디나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을 통해 가족과 아내에 대한 끈끈한 사랑을 전해오던 저자가 이윽고! 이혼을 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거참, 책을 막 읽은 독자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식인데다가 책의 여운을 싹둑 잘라먹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여 편이 넘는 소설을 쓰고 누구보다 베스트셀러를 많이 써낸 성공한 작가에게도 여전히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고 어려움이 계속된다는 사실은 오히려 깊은 위로가 됩니다.

수많은 여행지 중에 두 형제가 한결같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은 마추픽추





3. 무거운 삶의 아픔과 충격에 대하는 두 사람의 자세에 대해...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사람은 당연히 저자기는 하지만, 저자와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며 독자의 반응을 풍성하게 해 줄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저자의 형입니다. 제가 대학 때 친구 상원이를 보며 느낌 감정을 저자는 형에게서 느낍니다. 더 매력적이고 사교적이며 모든 사람들이 쉽게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두 형제가 동일하게 가족의 불행을 겪습니다만 그 불행에 대하는 감정은 동일할지라도 태도는 아주 다릅니다. 형은 제가 상원이의 죽음을 대하며 취했던 태도와 비슷하게 반응합니다. 


데이나가 죽은 뒤 형은 변했다. 인생의 부질없음과 시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 같았다. 그 결과 형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없애겠다는 일념으로 삶을 단순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성공의 사회적인 정의를 도외시하며, 삶에서 물질적인 면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인생은 살기 위한 것이지, 가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고, 가능한 한 매 순간을 느끼고 싶어 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형은 인생이 언제든 끝날 수 있음을 깨닫고 바쁘게 살기보다는 즐겁기를 택한 것이었다. p389


   한편, 저자는 정 반대의 태도를 취합니다. 


나 역시 이생의 부질없음과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형과 여러 면에서 비슷했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 나는 삶이 언제든 끝날 수 있으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가족에게는 큰 무리가 없도록 해놓고 싶었다. 일단 목표가 섰고, 재깍재깍 시계는 가고 있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서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조금도 허투루 쓸 시간이 없었다. 얼른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고, 일해야 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p391


   정답은 없습니다. 삶이 가지는 결코 바꿀 수 없는 유한성에 집중하더라도 삶을 단순화하고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불꽃처럼 최선을 다해 할 일을 찾아 열심히 함으로써 소중하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자의 형과 같은 태도로 일관하다가 형편에 맞지 않게 우아한 발레를 선택한 아이 때문에 거의 등 떠밀려 뭔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점점 더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요. 


   경제적으로 점점 척박해지는 삶이지만 아내와 가족과 더 결속이 다져지고 단단해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저자처럼 뜬금없이 이혼 소식을 전할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합니다. 어느 한구석도 저자와 비슷한 부분이 없으므로 그럴 일도 없겠지요. 글을 써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저자의 열매만 쏙 빼와서 취하고 싶은 도둑 같은 심뽀만 가득합니다. 사람이 참 간사하지요. 


   이 책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도 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결론은 그렇습니다. 


"일중독자처럼 조금도 허투루 쓸 시간 없이 최선을 다해 살면서 인생은 살기 위한 것이지, 가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가능한 매 순간을 느끼며 즐겁게 살자


   에 또... 그러니까... 저자와 저자의 형의 태도를 적당히 섞어서 장점만 취합시다. 역시 뭐든 섞어서 짬뽕을 해야 좋습니다. 정-반-합을 통한 변증법적 진보랄까... 


   거.. 뭐.. 대지도 않을 소리는 이쯤하고 접을까요...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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