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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11. 2019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를 현명하게 대하는 우리의 자세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 책리뷰




1. 핸드폰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폰이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통화와 문자만 가능한 핸드폰 시절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의 전화번호를 모두 외우고 있던 이전과 비교해 머리가 나빠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로 모든 것을 기록해주고 정리해주는 덕분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전화번호 하나도 외우지 못할 만큼 머리가 나빠졌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모님들의 특징은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명분으로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거나 통화만 할 수 있는 2G폰을 사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처지 때문에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텍스트 위주의 암기 공부에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공부라는 것이 향후 그다지 써먹을 데가 없는 불필요한 노력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의 학습법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우리의 부모님의 부모님 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매우 전통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학습과 교육에 대한 인식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을 고수하는 태도가 시대를 역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미래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으로 교육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데도 부모님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자연스럽게 일상화된 온라인 게임은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절대악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SNS 활동을 쓸데없는 짓이자 인생의 낭비라며 직접 만나 이야기하지 않는 실체가 없는 인간관계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이런 현상을 우리에게 다가온 거부할 수 없는 변화와 혁명의 흐름 속에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는 태도라고 지적합니다. 스마트폰이 부작용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혁신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은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배하는 새로운 문명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왜 이렇게 부작용이 가득한 한쪽 면만을 부정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2. 포노 사피엔스의 출현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면을 우려하며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데 열을 올리는 사이, 스마트폰 문명의 놀라운 혁신성을 받아들이고 신문명을 창조한 새로운 종족이 미국 대륙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포노 사피엔스는 기존의 수많은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는 혁신적 문명을 이루고 있고, 점점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가역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변화의 시기에 기존 질서에 안주하고 있기보다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배우고 익히고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은 물론이고 우버,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토양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관 주도하에 놀라운 혁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샤오미 같은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한편 우리는 2016년 알파고 사태 이후로 4차 산업혁명 돌풍이 일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방향성 없이 그저 4차 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용어들이 중구난방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디지털 혁명이 시작된 시점에서부터 대표적인 기업들의 정보는 물론 폭넓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기술이 발전하고 변화가 가속될수록 본질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국가 주도로 이루어지던 시장 생리도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소비자 중심의 시대로 이미 변화했습니다. 결국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에 성공하는 비결은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른 말로 팬덤을 형성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정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조선시대 쇄국정치로 세계적인 변화의 바람을 외면해 시대를 따라잡지 못했던 흥선대원군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존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라를 걸어 잠갔던 흥선대원군은 당시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세계화에 뒤처지는 결과는 결국 후손들의 수많은 피로 갚아야 했습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길이 현명한 길임을 수많은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의 바람에 가볍게 올라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3.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현명하게 맞이하려면...


   사실 독자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이 책의 내용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인지하고 발맞출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공룡기업의 구조적 문제나 탐욕 등에 대해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비자에 의해 선택된 서비스를 규제를 통해 막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관점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생존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계층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적자생존의 관점에서만 풀어가고 있는 것이 불편한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저자의 입장처럼 데이터만 분석해서 얻어낸 합리적인 결론이라는 관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국민들을 보호하고 포용하는 역할은 국가 행정부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주장하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이 변화의 와중에 뒤져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같이 고민하면서 더 긍정적인 변화의 방법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만 엄혹한 현실을 이겨내는 데는 다양한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는 포노 사피엔스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 관계를 토대로 한 느슨한 연대입니다. 느슨한 연대의 집단지성이야말로 노포 사피엔스 시대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철저한 개인주의 시대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정신을 가미할 수 있다면 혁신과 포용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포노사피엔스 #최재붕 #신인류 #미래 #미래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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