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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20. 2019

덕질의 미학,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조영주 작가의 일상덕후 에세이"종하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리뷰

*사진 출처 : 채널예스




1. 쓸데없이 집착하는 것의 미학...


   시대가 참 많이 변했습니다. 획일화, 산업화의 시대를 저만치 떠나보내고 나니 더 이상 규격에 맞추는 일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손가락질 받고 터부시되던 쓸데없는 짓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습니다. 사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모든 문화와 예술은 쓸데없는 짓에서 출발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인가, "참 쓸데없다", "쓰잘데기 없는 짓이나 하고 있네"라는 한숨 섞인 욕을 먹던 일들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지요.


   이런 변화의 시대를 맞아 사람들은 더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니크한 것에 대해 사랑과 인정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이 사랑과 관심과 인정에는 나름의 정밀하고도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데, 너무 불편할 정도로 생소하면 안 되고, 모두에게 나름 익숙한데도 불구하고 한두 걸음쯤 더 나아가 있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억지로 연출한 것에는 불편함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익숙하지만 한두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조금 더 "집착"해야 합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조건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집착을 메이저리그라고 한다면, 별것 아닌 쓸데없는 것에 남들보다 조금 더 "집착"해서 유니크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집착을 마이너리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며 보이는 마이너 뽕필의 행위에 반응합니다. 부담 없고 재미있고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창조되는 것입니다. 바로, 일상 덕후의 탄생입니다.


   언젠가부터 독점보다는 공유가 화두가 되면서 출판계에도 새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일반인들이 1인 미디어나 SNS를 기반으로 선보인 일상 글을 책으로 출간하는 "에세이"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나름의 독특함이 있고, 센스와 글솜씨만 있다면 자신의 일상 철학을 표현하고 공감 받아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대형서점 에세이 매대에는 누군지 모를 일반인들의 "에세이"가 넘쳐납니다. 세상에 이렇게 책을 내는 사람이 많은가 놀라울 지경입니다. 좋은 에세이를 골라 읽는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쯤 되면 에세이의 대홍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조영주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


   일상 에세이의 전성시대가 되고 보니 나에게 맞는 좋은 책을 선택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속에 반대급부가 생깁니다. 정말 좋은 작가가 쓴 훌륭한 에세이를 읽고 싶다는 욕구 같은 것이지요. 그러던 차에 조영주 작가의 에세이 출간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양반 평소에 정말 덕후스럽기도 하고 뭔가 예사롭지 않음이 늘 탑재되어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필력이야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이야기만 재미있다면 정말 좋은 에세이가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진지한 작법이나 소설가의 삶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면 내용은 좋으나 대중성은 떨어질 텐데, 다행히 처음부터 끝까지 덕후 덕후한 내용이었습니다. 일상 덕후는 늘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소설가야. 글도 잘 써. 그러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평소 유난히 독특한 덕력을 자랑하던 그이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비단에 꽃을 더하는 느낌보다는... (이하 생략, 비단결 같은 생머리에 꽃을 꽂은 단아한 미친년 같은...)


   사실 작가의 에세이는 통상 차분하고 정제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에세이를 써도 작가스러움을 유지해줘야 하는 무거운 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조영주 작가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냥 원래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 쏟아내었다가 지웠다가 하는 특이한 행위예술을 자주 하기는 합니다. 네네. 온라인상에서 일상 글을 쓰는 것을 보면 평범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주류 무대에 입성한 작가라던가,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정통 작가 등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타 작가들의 에세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자가 책이나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일부러 에세이집을 기획하고 쓴 글들이 아닙니다. 그저 일상 속에서 워낙 덕후스러움을 뽐내면서 자연스럽게 쓴 글들인데, 그 이야기들이 차가운 이성을 장착한 출판사 편집자와 만나 분류되고 정리되어 책으로 출간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일상적이면서도 오지는 덕력을 뿜어내는 에세이로 탄생한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 이 양반의 글을 자주 접하던 저로서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내용들이 될까 걱정이 좀 되었는데 주제별로 정리 정돈되어 책으로 나온 글들을 보니 특유의 필력이 돋보이는 신선한 에세이가 되어 놀랐습니다. 예상보다 에세이가 더 잘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히 생각이 담긴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와 성장기에 겪은 경험들, 작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들, 자연스럽게 소설가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들이 솔직하게 잘 드러나있어 좋았습니다. 나름 인간 조영주에 대해 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가 새삼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작가의 문화생활 파트에 들어서는 솔로로 살아가며 온전히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작가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바꿀 거냐고 한다면 선 듯 오케이 하기 힘들겠지만, 뭐 하나 마음대로 즐길 여유가 없는 저로서는 부럽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설 쓰는 일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채워진 창작 생활 파트에서는 역시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분야에 일정한 수준 이상 올라간 분들 중에 대충 얼렁뚱땅했는데 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의 고충도 여러모로 느낄 수 있고, 그리하여 언제부터인가 소설가이기 이전에 블로거로 만나 헛소리 댓글 배틀을 일삼던 그때 그 조영주로 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더욱 소설가로 리스펙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우리는 모두 덕질을 해야 한다. "덕업 권장","불로 성덕"


    인생은 비가역적인 것이라 한 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라고들 말하지 않습니까? 그걸 누가 몰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것이 생계에 찌들고 가족과 일가친척, 관계로 얽힌 여러 가지 제약들이 나를 일하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야야, 기계들이 몰려온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계발하고 미래를 준비해라. 놀 시간이 어디 있냐?라고 등을 팍팍 떠미는 것 같은 필링? 아따 가슴 답답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편과 환경을 핑계로 하기 싶은 일을 미루기 시작하면 남는 건 후회와 아쉬움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덕질을 해야 합니다. 무엇에 덕질을 할지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이게 참 웃긴 게 일부러 덕질을 하려고 정한다는 것 자체가 덕스럽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 남들보다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좋아할 것을 찾아야겠지요. 그리고는 들입다 덕질을 합시다. 드럽게 덕질을 하면 좋습니다. 몰입의 힘이란 게 그런 것이니까요.


   잘 모르겠으면 조영주 작가의 글들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덕질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온몸과 마음과 생활로 보여줍니다. 나름의 패턴도 있고, 덕질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도 다양한 예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 환경에 맞는 덕질을 실천하면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열정 금지 에바 로드"에 잘 

나와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덕질은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요.


   덕질이 발전하여 직업이 되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덕질을 하면서 돈도 버니까요. 이게 성공한 덕후의 일반 사례입니다. 그리하여 덕질이 직업이 되는 덕업이 최고입니다. 바로 "덕업 권장"이지요. 덕업 권장은 길게 오래 편안히 생계 걱정 없이 덕후로 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속 가능한 덕질의 방법입니다. 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면 길게 오래 덕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덕력이 농후하게 쌓이다 보면 죽을 때까지 덕후로 남는 것입니다. 죽고 나서도 덕후의 발자취를 후손들에게까지 남길 수 있게 되겠지요. 조영주 작가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런 상태를 우리는 늙지도 않고 성공한 덕후가 되는 "불노 성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덕후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부터 더 덕질을 하기에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덕후 생활을 위한 힌트를 얻고 싶다면 우리의 모범 조교 조영주 작가의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성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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