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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Sep 13. 2019

장강명 작가의 개성있는 SF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책리뷰

 사진 출처 : 판타 플립(https://pandaflip.com)




1. SF 장르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밝혀온 장강명 작가



   장강명 작가의 SF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은 그동안 꾸준히 SF와 장르소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했던 작가가 결과물로 내놓은 책입니다. 기자 출신답게 날카로운 사실주의적 소설로 다수의 공모전을 휩쓸면서 사회고발적 소설의 신성으로 불리는 핫한 작가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간되는 책이나 빈도로 보면 장르 구분 없이 잡식성 대기업형 다작의 형태로 출간해낸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다작이 꼭 작품의 질적인 저하와 연관되는 것이 아닌 게 이분 책은 대부분 읽었지만 어느 작품 하나 대충 쓴 느낌 없이 안정적인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딱히 비판하기도 힘든 형국입니다.


   장르소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은 괜한 말이 아닌 것이 일전에 출간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의 장점을 리 차일드식 하드보일드 소설에 녹인 능숙함을 선보여 잭 리처처럼 시리즈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관심사가 다양해서인지 언제 나올지 기약은 없어 보입니다만... 게다가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 소규모 출판사와 소책자 형식의 SF 중편 "아스타틴" 출간해 독특한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작가의 행보로 볼 때, 이 분은 그냥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면서 여러 장르에 두루두루 관심이 큰 욕망 덩어리, 열정 덩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슨 소설부터 장르소설, 에세이, 논픽션 등 정말 가리는 거 없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분이 SF를 쓴다고 뭐시 이상하겠습니까?

사진출처 : 채널예스






2. SF 소설에서도 드러나는 작가의 배경과 특징들


   기본적으로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사랑받는 것은 깔끔하게 글을 잘 쓰고,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인 스타일로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연구와 취재가 확실히 되어 있고,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쉬워서 대중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매우 좋습니다. 모호함에서 오는 불편함이 적다는 장점이 확실합니다. 그뿐 아니라 제목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극적이면서도 시대정신에 맞는 형태로 뽑아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모든 부분은 작가가 기자로 단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와 타이틀, 독자들을 자극하고 선동(?) 해 자발적으로 읽어보게 만드는 능력은 기자적 노련함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SF 소설이 어떨지 궁금하시다면 이 소설집을 읽어보시면 감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여느 전문 SF 작가의 작품과 견주어도 SF 소설로의 장르성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작가 특유의 장점이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도 있지만 SF 기에 더욱 실험적인 작품을 허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표제작인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은 대표적인 엽편소설로 볼 수 있는 아주 지극히 짧은 소설입니다. "정시에 복용하십시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알골", "데이터 시대의 사랑" 등 작가의 다양한 호기심가 사고실험의 결과물들이 신선합니다. 이미 발표되었던 "아스타틴" 같은 작품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라 오히려 신선함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3. 장강명 작가가 SF를 쓴다는 것에 대해...


   이번 SF 소설집 출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며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하는 일부 SF 팬들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이런 모양새를 참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런 태도야말로 국내 SF 소설의 마이너함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한계로 작용함을 팬을 자처하는 그분들만 모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SF 소설을 써주면 SF 대중화에 도움이 되므로 환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독특함 면에서는 DCDC 작가의 작품 같은 유사한 느낌이 있었는데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소설이 SF 장르에서 차지하는 위치라는 관점에서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DCDC 작가의 진품 병맛에는 못 미쳤지만 대신 오히려 좀 더 하드 SF 적 특징이 돋보여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강명 작가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속편도 써주시고, SF 소설도 지속적으로 발표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작품을 쓰면서 독자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는 작가가 쓰는 SF는 SF 문외한 독자들을 유입하게 하는 몇 안 되는 통로기 때문에 더욱 계속 써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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