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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l 31. 2019

한여름에 어울리는 오싹한 호러 단편소설집

전건우 작가의 [한밤중에 나 홀로] 책 리뷰




1. 이제는 업계의 표준이 된 전건우 작가표 단편 호러 소설



   전건우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2014년 가을이었으니 벌써 만 5년이 지났군요. 그때 처음 만난 [밤의 이야기꾼들]을 읽으면서 어릴 적 시골집에 친척들이 이불 덮고 모여 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기억이 나서 좋았습니다. 어릴 적에 나 즐겨 듣던 옛날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걸 소설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었지요. 그래서인지 이 작가님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님이 주로 쓰는 호러소설이라는 장르는 그야말로 척박한 황야에 나무를 심는 느낌. 답이 없는 어려운 분야임이 분명했습니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자면, 국내 장르소설계에서 추리소설이나 SF 소설은 오히려 메이저급에 해당하고 자신이 쓰고 있는 호러소설이야말로 마이너 오브 마이너가 아니냐고 하셨었습니다. 슬프지만 백 퍼센트 데이터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 양반이 쓰는 호러소설이라는 것이 대부분 또 단편이에요. 하이구야... 이쯤 되면 저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소리로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묻고 싶어지는 되었던 것입니다. 응원도 하지만 걱정도 되는 복잡한 심경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자가 작가와 너무 밀착되는 것은 작가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편인지라 본인이 나타나고 표현하고 싶을 때만 근황을 묻는 정도로 지냈습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 어려운 운동장에 뛰어들어서도 끊임없이 뭐라도 계속 쓰고 발표하고 존재를 알리는 행위를 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그가 참여한 단편집 앤솔로지가 호러뿐 아니라 추리 모음, 과학액션융합, 좀비문학컬렉션 등 수두룩하게 늘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 종목은 호러인데 추리도 쓰고, 과학액션도 쓰고, 좀비문학은 물론 사랑 이야기도 써내는 기계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아재 드립을 굳이 치자면 "전건우가 전천우가 되었습니다."라고나 할까...


   특히 호러소설은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건우 작가처럼 꾸준히 지속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발표하는 작가를 찾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는 전건우 작가가 한국 호러소설의 표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특히 그의 소설은 일본이나 영미권 호러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른 한국적인 색채가 깊기 때문에 그만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 매력적인 영역을 잘 구축했습니다.






2. 화이트 호러 줄까? 블랙 호러 줄까?


   전건우 작가의 호러소설은 항상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엄청 무섭고 기분 나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결말로 갈수록 그 속에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는 스타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타입을 화이트 호러라고 제 마음대로 분류합니다. 이 화이트 호러야말로 전건우 작가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럽게 무서운 이야기를 다정한 가족애와 끈끈한 사랑 이야기와 묶어서 강매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잘 섞여서 따로 뜯어낼 수가 없어요. 호러소설인데 읽다 보면 가슴이 막 뜨끈해져. 니미...



   그렇다고 작가의 정서가 마냥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에요. 어떤 소설들은 시작부터 무시무시 피 철철, 목댕강, 빵야 빵야 막 죽이고 죽어나가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정신없어요. 사이코패스에 소시오패스도 등장하고 정신병자에 이중인격에 아주 무시무시합니다. 그런데 마무리가 아름답지 않아, 더 한 반전으로 '아따 무시무시하구만'하고 이야기가 끝나요. 이런 타입을 저는 블랙 호러라고 부릅니다. 그리하야 전건우의 호러 단편소설은 화이트 호러와 블랙 호러로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둘 다 좋아합니다. 둘 다 재밌으니까요. 소설이 재밌으면 되지 뭐.


   이번 소설집 [한밤중에 나 홀로]는 굳이 억지로 인위적으로 나뉘자면 거의 다 블랙 호러입니다. 중간에 뜬금포로 들어간 [마지막 선물]만 제외하면 대부분 무시무시하고 악의가 넘치고 나쁜 놈들이 등장하는 독한 소설들입니다. 제목만 봐도 느껴지지만 제대로 사이코스러운 [히치하이커(들)], 진짜 드럽게 무서웠던 [검은 여자], 묻지 마 폭행에 반전까지 한 스푼 넣어준 [취객들], 이거 뭐 좀비물이야 하드보일드야 뭐야 했던 [Hard Night], 이미 예전에 읽었지만 귀신아 물렀거라 끔찍했던 [구멍], 가장 한국적이고 즐겨 쓰는 설정 "산속 시골 마을에 갔더니" 스타일의 무시무시한 이야기 [크고 검은 존재]까지 그냥 마 무섭습니다. 딱 봐도 마지막 선물? 안 무서울 것 같은 제목이 아닙니까?


   그러니 이 번 소설집은 화이트와 블랙이 1:6으로 절대적으로 균형미가 없이 무서운 쪽으로 특화된 하드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고, 한 여름에 읽기 딱 좋은 호러 소설집이라는 의미입니다. 페이지가 너무 빨리 넘어가서 순간 저의 독서력이 향상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이 책의 무서움이려나... 크크






3. 호러소설도 일본 불매운동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요즘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생각해보면 서점에 깔린 호러소설들이 대부분 일본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장르소설 토양 자체가 다르다 보니 일본 작가의 작품들이 양질이기도 하고 심지어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 익숙하기까지 합니다. 호러소설도 반도체 소재 분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일본에 좋은 호러 작가가 많고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굳이 어렵게 국내 작가를 발굴할 이유가 무에 있겠습니까? 그냥 잘 선별해서 번역해서 내놓으면 되지요. 


   그러나 우리도 잠재력과 역량이 있는 좋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호러소설 작가는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서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경이 조성되기만 한다면 좋은 소설을 써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작가들이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늘어나야 하기는 합니다. 그래야 저 같은 독자들이 더 많은 소설을 즐기고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어그로를 끌기 위해 제목에 굳이 일본 불매운동을 넣으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억지스러울 수 있는데 내용은 절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라고 우겨서 믿게 만들자!)


   전건우 작가가 국산 호러소설의 좋은 기수가 되어서 열심히 써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즐겁게 읽어주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신작 [한밤중에 나 홀로]를 많이 많이 구매해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2_Rk1eMyeLQ


* 전건우 작가님 출연 팟캐스트 들어보기



http://www.podbbang.com/ch/10106?e=21916580


http://www.podbbang.com/ch/10106?e=21921820


http://www.podbbang.com/ch/10106?e=22370383



* 전건우 작가님 인스타그램 훔쳐보기

https://www.instagram.com/dreamer_jeon/?h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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