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면 다시는 안 오는 인생의 매 순간들
살다 보면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영영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올 때가 있다. 내가 처음으로 남자에게 고백했던 날도 그랬다. 10년도 더 지났지만 정말 그 순간은 직감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영영 이런 순간이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말 좋아했던 그 애한테 고백했던 그날,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0년도 더 지난 그날이 왜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크리스마스이브날 늦은 밤, 친구와 같이 술자리를 하다가 내가 좋아했던 그 애가 있는 곳으로 바로 택시를 타고 갔던 그날은,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실, 크리스마스에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날에 고백을 해야만 했다. 이 날이 아니면, 앞으로 영영 그 애한테 내 마음속의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았다. 비록 결말은 해피 엔딩이 아니었지만, 그날의 내가 고백했던 그 용기는, 평소의 나였다면 꿈도 못 꿨을, 지금 내 자신이 생각해 봐도 그때만큼은 내 안의 여러 가지 모습 중의 가장 용기 있었던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지나간 나의 과거의 인생 속에서 유난히 머릿속에 찍혀있는 사진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늦은 나이에 예상치 못하게 좋은 회사에 취업했던 순간이다.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바쁘게 일하다가 문득 회사 건물을 봤는데 그 순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금의 나는 행복한 날이 손에 꼽는다.
지금 이 시간이 다시는 못 올 순간이라는 걸 느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매 순간을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지금의 나는, 매 순간을 정말 소중히 써야 되는 사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금 그렇지 못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들을 행복하게 살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쉬워 보이는 이 말이 막상 제일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