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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을 버텨줄 단단한 무언가가 필요해

불면 휙 날아갈 것만 같은 내 생의 존재

by JJia


지금은 오래전 얘기가 되어 버렸지만, 예전에 내가 많이 좋아했던 남자애한테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을 매일 하느라 죽을 것 같다고 했더니 걔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야,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그때는 그 말을 듣고 웃어넘겼지만, 암 선고를 받은 지금 나의 상황애서 문득 걔가 그렇게 말했던 게 가끔씩 생각이 난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 애가 했던 말은 틀렸다는 것이다. 나는 암 병동을 다니기 때문에 그곳에 오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사람은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쩔 때는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생일 케이크에 꽂은 촛불을 불면 그 많은 초의 불빛이 한순간에 휙 사라지듯이.


암 진단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 중의 하나는, 몸 한 구석이 어딘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거나 조금이라도 어딘가 아프면 암세포가 몸 어딘가에 또 퍼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딘가 갑자기 조금의 통증이 느껴지기만 해도 신경이 쓰인다는 점이 마음을 참 힘들게 만든다.


갑자기 나의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것은 지금의 나의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이다, 예전에는 ‘죽음’에 대한 주제는 너무 깊고 무거워서,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고 아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보게 된다. 불면 휙 날아가버릴 것 같은 말 그대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앞에서, 나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이 생을 살아나가야 할까. 아무리 불어도 꺼질 듯하다가, 그 불씨가 살아남아서 다시 타오르는 불꽃처럼, 딱 그만큼만, 내 생의 불씨를 지펴줄, 그 굳은 심지를 나는 어디서 얻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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