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
몇 년이 벌써 훌쩍 지나버렸지만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취업을 했다. 그 첫 취업을 하기 전에 취업 준비를 꽤 오래 했었다. 그때 이력서를 안 넣어본 회사가 없을 정도로 내 일과는 회사 서류 마감 날짜와 면접 날짜를 체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했던 때가 있었다. 아마 그때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제일 힘들다고 느꼈던 때였던 것 같다. 또 지나고 보니까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시간이었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인생은 한 고비를 넘기면 또 한 고비가 남아 있고, 나는 힘든 걸 지나왔으니 이제는 좀 괜찮겠지 생각하면 곧 그게 아닌 걸 깨닫게 된다. 마치 한 산을 넘고 나니까 또 다른 한 산이 나타나는 것처럼, 인생은 어떤 일을 끝냈다고 해서 ‘아 너무 힘든 게 지나갔으니 다음에는 이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모른다. 더 큰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안생은 연속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첫 취업 준비를 했을 때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쥐업은 될 듯 말 듯하면서 항상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때는 취업만 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너무 힘들지만 저 취업이라는 목표만 이루면, 지금의 힘듦은 다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한 순간, 회사를 다니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던 때는 취업만 된다면 나의 “지금”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의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와 끼니도 거른 적이 많았던 나는, 그렇게 원하던 회사 취업에 성공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암 진단을 받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며칠 전 방 정리를 하다가 내가 면접을 봤던 회사들의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는 수첩을 보니, 암환자가 되어버린 지금 이 순간, 그토록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했던 시간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린 듯하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솔직히 말할 수 없었던 진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그 사실이, 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지 않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에야 깨닫는다.
지나고 보니 “행복”이라는 것은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행복을, 나중의 행복을 위해 반납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나의 지금은 행복할 일이 별로 없는데,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뜩이나 긍정적인 성격도 아닌 내가, 이 순간에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왠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