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는 ‘미생’이라는 드라마
나도 한때 회사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한창 회사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가 하나 있었는데 “미생”이라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프로바둑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 끝에 포기하게 된다. 그 후 큰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하게 되는데 ‘장그래’에게는 자신의 삶과는 달랐던 그곳의 생활이 낯설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 당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던 나에게 ‘장그래’는 많은 공감을 안겨주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드라마에서 ‘장그래’가 했던 이 내레이션이 요즘에 문득 생각이 난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 인걸로 생각했다.
내가 열심히 했다고?
아니,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바둑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아프기 때문에, 본인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둘러대며 이 내레이션을 하는데 요즘의 나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 상황에서 이 내레이션은 이렇게 바뀔 수 있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운이 나빴던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전생, 아니면 내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내가 큰 잘못을 해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아니, 난 그냥 운이 나빠서 환자가 된 거다,
난 운이 나빴을 뿐이다.
내가 정말 무언가 큰 잘못을 해서 암환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운이 그냥 나빠서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둘러대는 나의 자조 섞인 내레이션이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 생활을 했던 그 시간이 너무나 오래전 일이라서 어떤 때는 회사를 다녔던 일이, 그냥 꿈속의 일이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우리에게 주었던 메시지는, 내가 회사를 다녔을 때도 그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의 삶 역시 완생이 아니라 ‘미생’이기에 우리의 미래는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는 것이다. 나는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한창 즐겨 봤던 회사원이었던 시절, 무의식적으로 내 인생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는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평범하게’ 산다는 자체도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미생’이기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나에게는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날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지만 그 말은 죽음에 대해 아직 생각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도 지금의 내 상황에서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 느꼈던 의미와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이런 방식으로 평범한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원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역시 결론은 ‘인생은 정말 만만하지 않다’는 결론에 또 이르게 된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일들을 비웃듯이 비껴가는 ’ 인생‘이라는 것은 절대 내 마음같이 되어주는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