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 있다고 믿고 싶다
내가 처음으로 신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때는 10여 년 전 회사를 한창 바쁘게 다니고 있던 때였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차도 옆에 항상 걸려있던 현수막이 생각이 난다. 그 현수막은 어떤 아버지가 어렸을 때 실종된 딸을 찾는 내용이었다. 회사를 다니던 시간 동안 항상 출근길마다 같은 자리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안 치워지는 걸 보니 ‘아직도 딸을 못 찾으신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마다 봤던 그 현수막이 눈에 익은 탓인지 현수막에 쓰여있는 딸의 이름과 사진이 외워질 정도였다. 그러다 내가 회사를 퇴사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티비에서 그 눈에 익었던 현수막 속의 딸을 애타게 찾았던 아버지가 끝내 그 딸을 찾지 못하고 하늘로 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애타게 찾았던, 내가 외울 정도로 실종된 딸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있는 현수막을 걸고 전국으로 찾아 헤매셨던 그 아버님이 끝내 딸을 못 찾고 가시다니, 나는 그때 신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있다면, 그렇게 몇 년을 애타게 딸을 찾았던 아버님에게 딸이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지난 연말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나에게도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 2024년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내 마음을 힘들고 우울하게 만들고 지나갔다. 사실 국가적인 추모 기간이라 다른 해보다 엄숙하게 조용하게 지낸 연말이 지나가고 2025년 새해가 왔지만, 이번 2025년 새해는 왔는지도 모르게 정말 조용하게 온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또 한 살을 더 먹으면서 지금 환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나로서는, 뭔가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는 게 사실이다.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처럼, 누구라도 붙잡고 의지하고 싶은 존재가 필요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신이라는 존재는, 나의 생각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결국 내가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내 마음이 신이라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다. 성당이나 교회를 열심히 다니지 않아도 간절한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을 초월한, 그 어떤 존재를 만들어내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앞으로 나의 남은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내는 용기를 부디 나에게 달라는 이 간절한 나의 기도는,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유일무이한 “신”이라고 불리는 그 존재가 정말 있다면, 그 “신”에게 하는 나의 간절한 외침이다. 현실적으로, 앞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이 미혼으로 살아야 하는, 암환자인 나에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신”이라는 존재가 정말 있다면, 나의 이런 간절한 바람을 들어달라고 하고 싶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희망의 증거가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