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살기 정말 만만하지 않다
올해가 벌써 며칠밖에 안 남았다. 암을 진단받고 나서 계속 반복되는 항암치료와 검사로 인해 무미건조 해진 내 일상에서, 언젠가는 이 일상을 박차고 나가야 할 순간이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그 박차고 나갈 시간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느낌이다.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나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무게가 더 느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진단받은 암 때문인지 알 수가 없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금방 고갈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엄마가 항상 요즘 나한테 하는 말은, 병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병원만 믿어서는 안 되고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그 말에 부쩍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정말 쉽지가 않다. 환자가 되니까 환자가 아니었던 때보다 생각해야 할 것과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아진 느낌이다. 내 성격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성격이라는 것이 쉽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가 없다. 사람이 변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병을 진단받고 나서야 깨닫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병을 진단받기 전에도 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이고 예민한 성격이라서 이런 점이 병이 난 이유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또 드는 생각은, 사람은 자신이 한 부분만큼, 자신이 한 몫만큼 그대로 자신에게 결과가 돌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내가 좋은 일을 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런 일을 한 만큼의 정도만, 자신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성과나 결과는 공짜가 없다.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노력이나 힘듦이 있어야 가치 있는 결과나 값진 성과로 돌아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공짜로 성과가 돌아오는 일은 없다. 그리고 운 좋게 쉽게 성과를 얻었어도, 나중에 언젠가는 꼭 그 성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순간 암환자가 되어버린 딸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우리 엄마는, 항상 내게 말하는 말 중의 하나가, “인생은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는 말이다. 환자가 되어버린 뒤, 이 무미건조한 일상을 박차고 나가는 데, 나는 얼마만큼 몫을 해야 할까.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그때와 같지는 않더라도, 내 마음이 평안을 얻는, 그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