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이제는 붙잡지 못해 아픈 것

by JJia


요즘은 오랜 기간 동안 연애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랜 시간 동안 만난다는 것은 깊이가 있는 사랑을 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사랑을 나도 해 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너무 ‘사랑’에 대해서 많은 로망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해 보지 못한 나에게는, 아니, 암 진단을 받은 뒤 솔직한 나의 생각은, 지금 나의 남아있는 생은 ‘사랑’과는 인연이 없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암 진단을 받고 더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이 생각이었다. 나는 이제 정말 누군가와 사랑할 수 있는 시간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암 진단 전에도 사실 연애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 보지 않았다. 언젠가 인연이 되는 사람을 만나서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그럴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지금 내 나이에는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어서 가족을 이룰 것이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은 뒤, 나에게는 정말 이제는 누군가와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모두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 주치의가 나에게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 얘기했을 때 그 생각은 진짜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연애 경험도 별로 없고 정말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은 나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남자와의 기억이지만, 그것도 짝사랑이어서 내 마음만 호되게 상처를 받았던 기억밖에 없다. 심지어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독립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과연 미혼의 환자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그 고민이 요즘의 커다란 고민이 되었다. 오래전 소개팅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몇 번의 기회 중의 하나라도 잡았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벌써 다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누군가와 사랑을 해 본 적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도 별로 없는 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그런 ’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나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나 자신이 무엇인가 하자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내 자존심이 낮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암 진단을 받은 뒤 괴로운 것 중의 하나는, 내 자신을 계속 자책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결혼, 육아, 가정을 이루는 일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나는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든 일이다’라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는 일상을 살고 있다. 암 진단 전에는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라는 생각도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인생이 되어 버렸다.

이전 21화‘미생’ 이 과거와 현재의 나에게 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