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현타’가 오는 순간
병원에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치료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탓인지 치료 부작용으로 요즘은 다리가 좀 불편해져서 등산 스틱을 짚고 병원에 가기도 한다. 스틱을 짚고 버스를, 자연스레 경로석 자리를 찾게 되는데, 고맙게도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딱 보아도 나이가 정말 어려 보이지만 끝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건강했을 때는 이런 것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는데, 몸이 아프고 보니 버스에 자리가 없을 때 병원까지 계속 서서 가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들의 배려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분이 자리를 비켜주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마다 나도 지금보다 나이가 젊었을 때 나이 있는 분들께 자리를 많이 양보해 드릴 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엄마도 나이가 많이 드셨는데, 오래 서 계시는 것을 힘들어하셔서 대중교통을 같이 탈 때마다 빈자리를 찾으시지만, 심지어 경로석에 나이가 어려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경우가 꽤 있다.
환자의 입장이 되고 보니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나는 경로석을 이용하는 분들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그분들처럼 경로석에 자리가 있는지 찾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병원을 자주 다니면서 심적으로 위축도 많이 되다 보니 먼저 “여기 앉으세요”라고 해주는 그 작은 배려마저 눈물 나게 고마울 때가 많다. 예전에는 자리가 없으면 없는 대로 서서 가도 문제없었지만, 요즘은 계속 서서 가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꼭 자리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대놓고 자리를 비키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환자 거나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먼저 눈치채고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들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
암 진단을 받으면서 갑자기 한순간에 ‘사회적 약자’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 나 자신조차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일상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해주는 배려가 예전보다 마음에 더 크게 와닿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난 이런 느낌을 지금 내 나이에 받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고, 암환자가 되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더욱 예상해 본 적도 없다. 사람들의 작은 배려가 예전보다 너무 고맙게 느껴지지만, 내가 환자가 되어서 이런 느낌을 받는 순간들은 정말 ‘현타’가 오는 순간이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의 배려에 고맙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으로 좋은 마무리가 되었겠지만, 지금 내가 암환자가 된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배려가 오히려 내가 ‘환자’리는 것을 더 자각하게 만들고 마음 한구석에 또 어둠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