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아닌 것 같은데

by JJia

병원을 자주 가다 보니 어느 날은 엄마와 같이 온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지금 내 나이쯤이면 이미 결혼하고 저 나이와 비슷한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나이라고 생각이 드니 또 생각이 많아졌다.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 아기를 키우는 과정에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아직 미혼이고 병 진단을 받은 뒤 결혼할 생각은 접은 상황이니, ‘그럼 나는 아직 이 나이에도 어른이 아닌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이제는 거의 결혼하고 육아하느라 바쁜 내 친구들에 비해, 나는 아직도 어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내 나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인생의 과정과는 매우 동떨어진 길에 있는 것 같은 나는, 때때로 왠지 모를 조급한 마음과, 인생에서 뭔가를 크게 놓치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


그때 병원에 있는 아기들을 보며 끄적였던 글이 하나 있다.




병원에 와서 아기들이 우는 것을 보고 또 깨닫는다. 너는 좋겠다. 마음대로 울 수 있으니까.

난 인생을 40년째 살지만 어른은 그런 거야. 울고 싶을 때도 맘 놓고 울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너도 마음대로 울 수 있을 때 실컷 울어라. 나이가 한 살 먹을수록 그조차도 맘대로 못하는 순간이 많으니까.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 일부러 감정을 억누르는 것. 그게 어른인 거 같다.

하지만 그건 너무 안 좋은 거야. 감정을 맘대로 표현하는 게 건강한 거지.

그러니까 맘대로 울어도 거리낌 없을 때 실컷 우는 게 좋을 때라는 걸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이 어른인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의 사함들이 인생에서 하는 크고 중요한 일, 결혼과 육아를 의도치 않게 못 하게 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 자신이 아직도 성숙하지 못해서 그런 걸까. 내 지금 나이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암 진단받는 그 순간에도 그랬지만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 느낌이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라는 말처럼, 지금 내 나이에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주어진 남은 인생에 그저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암 진단받기 전에도 그랬듯이,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답을 찾지 못하겠다. 그리고 암 진단을 받은 뒤 확실히 느끼는 것은, 예전보다 더 내 삶의 본질, 철학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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