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 한 켠씩 차지하고 있는 장면들과 그 속의 추억
#1. 장면
언젠가 내가 그렇게 많이 좋아하던 너와 밤에 같이 차 타고 밤벚꽃을 보며 네가 내게 했던 말.
“네 덕분에 벚꽃을 다 보네”
#2. 장면
퇴근하고 만난 네가 차 속에서 갑자기 나를 안아줬던 날.
#3. 장면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날 내가 용기 내서 고백했을 때, 너한테서 답을 듣지 못한 채 타고 가는 택시 창문 너머로 보이던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했던 네 표정.
#4. 장면
암 전이 진단을 받고 그날 밤에 멍하게 올려다본 창 밖 너머 밤하늘.
정말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내 기억 속 박혀있는 한 뼘짜리 추억들을 잊는 게 참 쉽지 않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도 그랬지만, 한때는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줬던 이들도 마음대로 왔다가 인사도 없이 떠났다.
가을이 와서 외로움을 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점점 가라앉는 기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지나간 기억들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내 과거의 추억들은 갑자기 한 장면씩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아마도 그 추억들의 대부분은 내 전성기 때의 추억들이다. 암 진단 받기 전의 평범했던 일상을 살았을 때의 추억들 말이다. 암 진단을 받고 한 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의 지금은 마치 잠시 동안의 고요한 시간 같다. 내 일상을 망쳐버린 이 병에 걸린 것에 절망하면서 살아야 할까, 아니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뼘짜리 장면들의 좋았던 추억이라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해야 할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