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감과 후회가 뒤섞여 펑펑 울다
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눈물 버튼이 눌려지는 날이 있다. 그런데 그런 날은 항상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곤 한다. 며칠 전이 그런 날이었다. 미혼인 데다 이 나이 먹도록 결혼을 안 하고 있다 보니 부모님과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 부딪치는 일이 많아진다. 특히 엄마와 둘이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서로 싸우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 엄마랑 싸우면 보통의 말다툼이 아니라 서로 막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게 되기 때문에 마치 전쟁이 일어난 듯이 싸운다. 며칠 전에는 서로 참고 있었던 모든 것이 터지면서 마치 우리 아파트가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게 되어버렸다.
나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도저히 집에서 밥을 못 먹을 것 같아서 잠깐 밖에 나갔다가 샌드위치를 사 갖고 내 방에 들어온 순간 갑자기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주체할 수 없이 계속 눈물이 나와서 막 꺽꺽거리면서 한바탕 혼자 엄청 울었다. 시간이 지나면 좀 진정될 줄 알았는데 그날은 무슨 일을 하기만 하면 계속 눈물이 터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하루종일 밥 먹을 때도 울고 인터넷 할 때도 울고 멍 때릴 때도 눈물이 계속 터졌다. 결국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한번 눌려진 눈물 버튼은 제어가 불가능했다.
그다음 날 마음이 좀 진정되고 생각해 보니 내가 그렇게 펑펑 울었던 이유는 엄마한테 화가 났던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그렇게 눈물이 계속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 진단을 받은 것도 결국 다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들었는데, 엄마와의 싸움이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기듯이, 평소 내가 했던 자책이 내 눈물 버튼을 누르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이미 눌려진 눈물 버튼 때문에 하루종일 툭하면 눈물이 나와서 그날 하루는 심적으로 너무 힘든 하루였다.
그러면서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오롯이 나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선택과 결과는 다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어서 드는 생각이 ‘그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안 좋거나 심적으로 나를 힘들게 만드는 그 모든 일들이 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이 들고 결국은 나 혼자 짊어져야 할 무게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런 인생은 너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무게를 옆에 있는 사람과 좀 나눠서 짊어진다면 인생이 덜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그 무게를 온전히 다 내가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 온다.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든 일’이라는 그 말에 너무 공감이 간다. 암 진단 전에는 평범하게 사는 일이 제일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그런 평범한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게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을 안 하고 미혼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 평범한 순서의 평범한 인생에서 아주 멀어지게 되었고 사실 아직까지도 내가 진짜 혼자 살아야 하는 건가 잘 인식이 안 되는 것 같다. 마치 암 진단을 받았던 그날처럼.
대학 시절 때도 그랬고 지금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길에서 항상 조금씩 벗어나 있던 것 같다.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차들을 잠깐 정차해 놓는 갓길처럼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살짝 길을 벗어났다가 다시 원래의 길을 찾아서 잘 가야 하는데 나는 그 벗어난 길에서 계속 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 평범한 길을 벗어나니까 인생의 그 모든 중요한 때들이 다 살짝씩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 같다. 당연히 평범한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런 상황이 된 것을 보면, 역시 인생은 내 마음같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정말 인생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