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확장되면 의식도 확장된다.

하루에 하나 안 하던 일 하기

by Rumina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린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뇌의 기능이 퇴화하면 치매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간단한 셈도 계산기 없이는 힘들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익숙한 길에서도 헤맨다.

치매 예방법 중 하나는 오른손 잡이면 왼손, 왼손 잡이면 오른손으로 양치하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도 좋다.

뇌에 새로운 자극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낯설어서 시도하게 되지 않는다.


사람은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익숙함을 ‘안전’으로 여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나쁜 것, 틀린 것’으로 여기고 거부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낯선 것을 위험 신호로 여기기 때문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이것이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같은 일상을 보내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익숙함에 머무는 건 단지 살던 대로 사는 것에만 유리하다.

고인 물이 썩을 수밖에 없듯 정체된 삶은 무기력과 무질서, 무의미 속으로 가라앉는다.


하루의 끝에서 잘한 일과 안 하던 일, 반성을 기록한다.

반성보다 잘한 일을 쓰는 것이 어렵고, 잘한 일보다 안 하던 일을 쓰는 것이 어렵다.

하루를 샅샅이 뒤져도 엥 간해선 안 하던 일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안 하던 일은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그 일을 기록할 때에는 은근히 흐뭇하다. 뇌에 없던 뉴런이 생긴 것 같다.


뇌는 항상성을 가진다.

이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뇌의 본능이다.

사람은 너무 귀여운 것을 보았을 때 깨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너무 기쁠 때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뇌의 활동이다.

뇌에게는 익숙한 상태가 기본 값이기에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할 때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이것이 불편감을 일으킨다.

여기서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는 오해가 생긴다.

뇌는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할 뿐이다.


익숙한 상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바뀌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손등에 박혀 있는 가시가 익숙하다면 뇌는 기본적인 상태로 착각하고 유지하려고 한다.

좋은 상태여서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신경 체계로 이루어진 이 단백질 덩어리는 사실 아는 것이 없다. 기억의 창고일 뿐이다.

그러니 나은 삶을 위해 익숙한 대상을 바꿔주는 것은 알아차림과 의지가 할 일이다.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감정을 내세우거나 태도를 바꿔도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오랜 경험상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거절당하거나 거부당하고,
심지어는 벌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 / 엘리스 밀러)


우리는 많은 심리적 가시를 익숙하다는 이유로 끌어안고 있다.

더 깊이는 두려움일 것이다.

심리학자 엘리스 밀러의 말처럼 익숙함을 떠나도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날,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죄책감이 올라오는 것을 경험했다.

어떤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행동했는데, 뭔가 잘 못한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되었다.

이상했다. 원인을 찾아 상황을 뜯어보고 기억을 뒤져 보았다.

은근하지만 분명했던 불쾌감은 어린 시절의 감정이었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혼났던 기억의 감각이었다.


그 마음을 알게 된 후,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고 안 하던 일을 찾아서 한다.

의식에 그어진 선을 지워내고 있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행복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익숙함 속에 갇힌 사람도 있다.

지금 머물러 있는 곳이 진짜 원하는 곳인지, 어쩔 수 없이 눌러앉게 된 곳인지 알아야 한다.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나, 진짜 나를 만나기 원한다면

하루에 하나 낯섦과 불편함을 넘어 안 하던 일을 의식적으로 해보는 것이 탁월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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