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릴 확률, 광고와 통계는 다르다

공포를 걷어내면 숫자가 보인다

by 낭만닥터진사부

글쓰기 전 잠시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Q. 여러분들은 '이 시간대 막힐 확률 높다고 네비가 알려주면',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나요 그냥 막힐 확률이 높은 길을 그냥 가나요?


Q. 일기예보에 비 올 확률 80%면 우산을 챙기시나요? 아님 그냥 안오길 바라며 나가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요즘 네비나, 일기예보가 정확해서 길을 돌아가고, 우산을 챙기시겠죠?


그럼 지금부터 제목의 이야기입니다.

혹시 주변에서 암 진단 소식을 들은 직후, 보험 상담을 받거나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신 적 있으신가요?

잠깐, 그 장면을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저는 13년 동안 그 숫자를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암 발생률 36%.'

고객에게 이 숫자를 말할 때마다 표정이 바뀌는 것을 수백 번 봤습니다. 눈이 커지고, 잠깐 말이 없어지고, 그다음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그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숫자가 맞는 숫자라고 믿었으니까요.

보험사의 진짜 수익은 보험금 지급이 아니라 당신의 보험료를 운용하는 데서 나옵니다. 그리고 운용할 보험료를 모으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공포입니다. 그 공포를 만드는 숫자가 바로 '36%'입니다.

그 숫자가 틀린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맞는 숫자인데도 문제가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그 숫자는 어디서 왔는가?

예를 들면, 집 안에 있으면 집이 타고 있는지 모릅니다. 냄새가 조금 나도 '원래 이런 집이구나' 하고 지납니다. 문 밖에 나왔을 때 비로소 보입니다.

잠깐, 혹시 이 그림이 낯설지 않으신가요.

'암 발생률 36.3%'는 틀린 숫자가 아닙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공식 통계입니다. 한국인이 평생을 살면서 암에 걸릴 확률이 36.3%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평생'입니다.

이 숫자의 분모는 태어난 날부터 사망하는 날까지 전 생애입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포함합니다.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70대, 80대, 90대가 모두 분모 안에 들어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보험 일을 13년 하면서, 박사과정에서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기 전까지는요.

이걸 가르쳐주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지금처럼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험 광고에서 이 숫자가 쓰일 때 분모는 어디서 시작할까요. 광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36%'라고만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그 숫자를 들을 때 어떤 나이대를 떠올리셨나요?

10편_img1_암발생률비교.png

20~60세에 암에 걸릴 확률

그렇다면 이 나이대의 실제 숫자는 얼마일까요. 이 숫자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보험을 가장 많이 가입하는 시기는 2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입니다. 설계사를 만나는 것도, 보장분석을 받는 것도,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거는 것도 대부분 이 시기입니다.


보건복지부 암 통계와 국가암정보센터 자료를 기준으로 20세부터 60세 사이 암에 걸리지 않을 확률은 **87.15%**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나이대에 암에 걸릴 확률은 **12.85%**입니다.

잠깐 멈추시면 좋겠습니다.


36.3%와 12.85%. 같은 나라, 같은 통계 기관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단지 분모가 다릅니다. 전 생애를 기준으로 하면 36.3%, 20~60세를 기준으로 하면 12.85%.

보험을 가장 많이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숫자는 36.3%입니다. 실제로 그 나이대에 해당하는 숫자는 12.85%입니다. 혹시 전에 이렇게 생각해 보셨나요?


공포가 만든 보험료

설계사 시절, 저는 고객의 지인이 암 진단을 받은 직후 전화가 오면 성약률이 훨씬 높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당시엔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그것이 최근 본 게 전부처럼 느껴지는 심리(가용성 편향, Availability Heuristic)가 작동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주변 지인이 암 진단을 받은 그 달에, 나도 모르게 보험을 검색하거나 상담 전화를 받으셨던 적.

그 반응이 틀린 게 아닙니다. 이렇게 설계된 구조에 자연스럽게 반응하신 겁니다.

그런데 그 반응의 결과가 보험료입니다. 잃는 게 두려운 심리(손실회피, Loss Aversion)가 함께 작동하면, 36.3%와 12.85%의 차이를 확인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그 숫자의 조건을 물어볼 생각이 사라집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내가 지금 내는 보험료는 36%의 리스크 기준인가, 13%의 리스크 기준인가?'

10편_img2_가용성편향해설.png

그리고 저처럼 아주 오래 보험설계사로 일한 사람들은 그만큼 지급을 많이 합니다. 모두 경우는 틀리겠지만 저의 경우 대부분의 고객이 암보험이 있었으며, 고객이 몇천 명이 되었지만 지급한 적은 13년 동안 한두 번으로 기업 합니다. ㅜㅜ


이 구조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셨다면 당신은 합리성을 보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다음번 보험 광고에서 '암 발생률 XX%'라는 숫자가 들릴 때, 이제 첫 번째로 떠오르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 숫자의 분모는 무엇인가."

그걸 아는 순간,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보험을 보게 되실 겁니다.

"우리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보험을 사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위험이 두려워서 보험을 삽니다. 그 두려움의 이름을 알면, 다음번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핵심요약.png

그렇다면 이제 하나의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왜 그 숫자에 반응했을까요. 통계를 몰라서일까요. 아니면 보험을 사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일까요.

그 이유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그 이름을 찾습니다.


참고 출처

국가암정보센터 (cancer.go.kr) — 암 발생 통계

보건복지부 — 2023 국가암등록통계

행동경제학 참조: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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