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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댐

시 쓰는 여행가

by 지유


섬강으로 물길이 난 갑천면 횡성댐

횡성호수 망향동산에서 망향제를 지내는 사람들이

물속의 고향을 보러 가는 곳


창 밖 푸른 숲에 자박자박

비가 내리고

근처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


노인정에서 팔십 살 언니들과

백 원짜리 고스톱을 치며 논다는

칠십 다섯의 누이가 숲을 보며

말했다


“젊은 연인끼리 어깨 끌어안고

우산 쓰기 딱 좋은 비야”

누이는 창 밖의 비를 보는가

비 내리던 어느 젊은 날을 보는가


아픈 곳만 늘어가는

칠순 여인의 주름진 삶 속에도

초여름 비는 새순 보듯 애틋하다


수몰지구 실향민처럼

물속에 잠긴 옛 연인을 그리는지

서늘한 눈빛이 안쓰러워

연한 잎 씻기는 빗소리만 들려왔다


< *사진 출처 모두 네이버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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