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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지는 밤

시 쓰는 여행가

by 지유


잘 씻어 엎어놓은 밥그릇처럼

속을 모르겠는 사람을 사랑하여

바로 놓인 그릇 속에

나는 없는 마음을 보게 될까 봐


당신이 자고 간 베개에

얼굴을 묻던 아침이

거짓말 같아서

더는 헤어지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모래를 적시고

바다로 돌아가는 파도처럼
가둘 수 없는 것이 있어


아기 발바닥처럼 환한 꽃을 바라보다

후드득

잠깐씩 울었습니다


기어이 내려온 남해는

나무 아래 흩어진 꽃잎의 울음을

가지마다 붙드는 밤입니다


꽃 진자리에 돋아나온

연둣빛 손톱을 보느라

달빛 아래 한참을 서 있습니다


바다내음 가득한 바람 사이로

저 혼자

하얀 발자욱이

봄을 걸어 나갑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바다 사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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