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돗토리 사구의 모래가 담긴 액자의
낙타를 타고 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쪽으로 쏠릴 때마다 모래가 흩어졌지
명함보다 작은 액자를 손 안에서 흔들면
울음소리가 들려오네
유효기간이 끝나 묻힌 사랑
돗토리사구를 거닐 때
분명 패러글라이딩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보려고 모래 언덕 위로 숨 가쁘게
달려갔을 때 그는 사라졌었네
이상하지 모래는 자꾸
무언가를 숨기느라 발끝이 닿고 손길이
닿으면 갯벌의 조개처럼 재빨리 움츠렸지
사랑도 더 깊이 숨어들었지
아무리 쓰다듬어도 마음을 얻지 못해 늘
빈손이었지 모래알처럼
바다로 들어간 걸까 그 남자
눈앞에서 놓친 사랑을 보았느냐고
낙타에게 물어도 짙은 눈썹 아래의
순한 눈만 낙타는 꿈벅거렸지
둥그런 낙타 등을 닮은 돗토리 사구에는
묻혀있던 기억 위로 멈칫거리던 걸음처럼
작은 웅덩이 하나 오아시스처럼 빛나고
도무지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찾느라
사구 너머 파도가 소리치는 바다를 보며
나와 낙타와 바람이 한꺼번에 울고 있었지
그저 날리는 모래 때문이라며 울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