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바람이 내 방안을 노려보고 있다, 시퍼렇게 시린 입김을 유리창에 불어대며, 창을 열면 번득이는 칼날처럼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려 호시탐탐,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이면 유리창에 번진 바람의 입김이, 정수리를 지나 코끝을 휘감는다, 손 닿는 곳마다 얼려버리는 지독한 바람의 입냄새를 맡는 시간, 바람은 어쩌다 21층 나의 방 이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걸까, 겨울 숲에는 숨을 곳을 못 찾은 고라니 쩡쩡 울 텐데, 바람을 피해 도망친 들개들 어디서 졸고 있을까, 매 맞는 나무들 밤새 떨도록, 잠시 그가 높은 곳에 머문 사이 낮은 땅에는 더운 기운이 돌고 있는가, 깊은 밤 홀로 깨어 있는 나를 노려보는 바람의 핏발 선 눈동자, 칼춤 추는 회오리 속으로 불려 나갈까 한사코 눈길을 피한다, 죄 없는 이도 죄 많은 이도 모두 숨어 사람 하나 없는 밤을 벗어나, 세상에 무해하였다 믿어온 자에게 들이댈 죄목을 쩌렁쩌렁 사슬로 끌고 와, 얼어 죽은 사람으로 데려가려 창가를 수색하는가, 밤이 깊을수록 빗금 같은 바람이 스며 내 꿈속까지 뒤적여도, 환상을 털고 일어나 낮은 곳의 안부를 챙기는 아침이 오고 있다.
*사진 출처. 모두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