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들에게는 안 보이는 걸까?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
컴퓨터 스크린이나 TV 화면으로만 보고 또 보았던 이웃집 토토로를 드디어 큰 스크린으로 보았는데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야외 상영작으로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많았지요. 유치원생부터 초등생까지. 아! 물론 어른들이 더 많았습니다.
캄캄한 밤하늘 아래 대형 스크린으로 '이웃집 토토로'를 보다니! 모두 야간 소풍을 나온 듯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어도 애들은 계속 부스럭거리며 과자를 먹고 서로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야외 상영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모든 소리들이 즐겁기는 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웃집 토토로'가 재미가 없는 건가?' 하고 슬 걱정이 들었지요.
그때, 갑자기 함성 소리가 나더라고요. 처음으로 화면에 토토로가 등장한 순간이었어요. '아하, 이제 아이들이 토토로 이야기에 빠져들겠군' 하고 생각했는데요, 왠 걸요? 화면에서 토토로가 사라지자 다시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토토로가 나타나면 함성 소리가 울렸다가 토토로가 사라지면 다시 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나오기를 반복했지요. 어느 순간에는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떼창도 불렀지요.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게 참 즐거웠습니다. '이웃집 토토로'가 우리들에게 준 또 다른 따뜻함이었던 것 같아요. 이 따뜻함을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으신가요?
Go르고 Go른 영화, 고고 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본 제 느낌을 전해봅니다.
- 이 거 보이니?
- 안 보이는데요?
- 안 보여? 난 보이는데!
- 어디요? 뭐가 있어요?
- 이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거야.
- 정말요? 아, 이제 보여요! 나도 보여요!
- 어디? 뭐가 보인다고 그래? 아무것도 없어. 하하!
- 에잇! 거짓말쟁이!
하지만, 정말로 누군가에게만 보이게 있나 보다.
낡은 집에 있는 검댕이들처럼, 하늘을 나는 고양이 버스처럼, 비밀의 숲에 사는 토토로처럼.
아이들만 볼 수 있단다.
왜 어른들은 못 보는 걸까?
더 많은 것을 보려다 단 하나도 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더 많은 것을 모으려다 모든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하나만이라도 따뜻한 눈으로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