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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여행 May 08. 2016

석유보다 소중한 바다

요르단 여행기 #4 : 아카바(Aqaba)

여기는 어디? 
요르단의 유일한 해안도시 아카바! 
요르단에서는 여기에서만 바다를 볼 수 있는 거야? 
응. 석유가 나는 땅이랑 바꿨대.
정말? 왜?
바다는 소중하니까.
석유보다 더?
그러니까 바꾸었겠지?
음...

바다는 소중하다. 

그랬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우리에게 바다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느껴졌을 터였다. 하지만 세계 지도를 보면 바다로 나가는 길이 없는 나라가 얼마나 한정된 교역을 할 수밖에 없는지, 수산물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금방 상상할 수 있다. 


세계 지도 상에서는 점에 불과한 좁은 해안을 얻기 위해 요르단은 석유가 나는 사막의 땅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넘겼고 중동의 왕의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카바를 요르단의 땅으로 인정했다. 홍해의 아카바만을 둘러싸고 있는 이집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서 요르단이 차지한 아카바 해안의 길이는 불과 16Km이다. (참고: Daum 백과사전) 참으로 귀한 바다다. 


'석유가 나는 땅과 바꾼 바다' 이야기는 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았다. 귀하게 얻은 바다이니 바다의 풍성함이 얼마나 넘쳐날까? 사막과는 또 다른, 어떤 뭔가가 펼쳐질까? 홍해를 안고 있는 해안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나저나, 홍해는 정말 붉을까? 


밤에 도착한 아카바는 화려했다. 불빛으로 가득 찬 아카바였다. 다음 날 아침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조금 수상한 장면을 포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나무에 낙타가 매어있는 것이 보였다. 바닷가 분위기는 아닌데... 


아카바 ⓒ 행복여행


다음날 아침, 깜짝 놀랐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산책할 겸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세상에나! 이렇게나 깜빡 속을 수가... 간 밤에 본 화려한 불빛은 아카바의 불빛이 아니라 바로 이스라엘의 불빛이었다. 


문비치(Moon Beach) 호텔과 호텔 뒤로 펼쳐진 이스라엘 ⓒ 행복여행


한국전쟁 때 미군이 한 밤중에 부산에 도착해서는 의외로 고층빌딩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산 중턱까지 올라간 피난민 촌의 불빛이었다는 걸 알고는 놀랐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그만, 밤의 불빛에 속아 호텔 뒤로 보이는 이스라엘의 불빛을 아카바의 불빛으로 착각하고는 아카바를 어마어마한 항구 도시로 생각한 것이다. 사실, 아카바는 그저 아카바로 있었을 뿐인데, 우리의 환상이 아카바가 아닌 아카바를 그려낸 것이었다.    


바다 물개 무리가 우리를 반기지는 않더라도, 멀리에서부터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리고 진한 바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생기 넘치는 광활한 항구 도시를 상상했는데 아카바는 아주 조용하고 작은 해안 도시였다. 


그러고 보니, 내비게이션도 없는 렌터카를 몰아 해가 떨어진 후에야 겨우 입성한 아카바에서 숙소를 찾으려고 조금 헤매었을 뿐인데 국경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갈 뻔할 위기도 겪을 정도로 작은 도시였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난 낙타도 낯선 것이 아니라 당연한 풍경이었다. 이곳 아카바는 그저 바다가 조금 보이는 작은 사막의 땅이었다. 


그렇게 바라보니 기대치와는 다른 새로운 매력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브런치를 먹을 요량으로 맥도널드를 찾았다. 아랍어로 적힌 맥도널드 간판도 신기했고 아라비카 커피 마크가 왠지 우리가 '아랍' 땅에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주었다. 이 커피의 원두가 꼭 '아랍'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랍어로 적힌 맥도널드 간판 ⓒ 행복여행
맥도널드 커피 컵 ⓒ 행복여행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드디어 홍해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어디쯤에서 해변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자 아이가 튜브를 들고 엄마와 아빠 뒤를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어디론가 나들이를 가는 분위기이긴 한데, 바다 수영을 하러 간다고 하기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밑져야 본전으로 가족을 따라가 보았다.  


아카바 거리를 걷고 있는 가족 ⓒ 행복여행
 아카바 해안을 향하는 행렬  ⓒ 행복여행


역시나 우리가 따라간 가족들이 향한 곳은 바로, 우리가 찾던, 바다로 향하는 길이었다. 


홍해, 아카바 해안이다! 

짜잔! 가족을 따라가니 해안이 나타났고 요르단 대형 국기가 떡 하니 휘날리고 있었다. 


아카바 해안에 우뚝 세워져있는 요르단 국기 ⓒ 행복여행


이 해안을 쭉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사우디아라비아였고 해안의 바로 맞은편은 이스라엘 땅이었다. 이스라엘 왼쪽으로는 이집트 시나이반도가 펼쳐졌다. 


우람하게 높이 솟은 깃대에서 홍해를 뒤덮을 듯한 기세로 펄럭이고 있는 요르단 국기를 보고 있으려니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집트의 국경 틈에서 이곳은 누가 뭐라 해도 바로 요르단의 땅이라는 것을 보란 듯이 강력하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요르단 국기 아래 해안을 따라 놓여있는 테이블에는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직접 준비해 온 음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카바 해안에서 휴양을 즐기는 가족들ⓒ 행복여행
수영을 하는 아이들 ⓒ 행복여행


이쯤 되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리로 정신이 없을 터인데 해안으로 밀려와 모래를 쓸고 가는 파도소리가 고스란히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이슬람 문화는 고양이처럼 조용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어딜 가나 조용했다. 길에서도, 식당에서도, 유명 관광지에서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고양이를 좋아했고 이슬람교의 성화를 보면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도 마치 고양이처럼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슬람권 나라에서 주재원으로 지냈던 어느 가족 이야기가 생각났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하루 만에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이유인 즉, 그 집에는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개가 시끄러워서였다. 그만큼 이슬람권 사람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루에도 몇 번씩 때 맞춰서 이슬람 사원의 대형 스피커에서는 기도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 세상을 삼킬 듯 쩌렁쩌렁 울리는 기도소리를 피할 방법이 없어서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도소리는 크면 클수록 좋은 가보다. 


수영을 하는 아이들 ⓒ 행복여행
수영을 하는 아이들 ⓒ 행복여행


때는 1월이라 나름 겨울이기는 했지만 물에 들어갈 만했다. 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이슬람 문화 탓인지, 날씨 탓인지 몇몇 아이들을 빼고는 긴 옷을 입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옷을 차려입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외투에 가까운 옷을 입고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물에 들어갔다.


아카바 해변 ⓒ 행복여행
아이와 함게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여자의 모습 ⓒ 행복여행 
히잡을 쓰고 수영하는 모습 ⓒ 행복여행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이 이해불가였다.   

왜 기도소리를 크게 트는 걸까? 매일 시간 맞춰 기도를 올리려면 귀찮지 않을까? 여자들은 히잡을 쓰고 다니면 갑갑하지 않을까? 왜 여자아이들은 옷을 입고 수영을 하는 걸까? 왜 여자들은 머리까지 다 두르고 물속에 들어가는 걸까?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 모금도 마시지 않는 금식 기간이 있다고 하는데, 대체 왜?


이런 질문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일어날 즈음 인도네시아에서 파푸아를 여행한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양의 선교사들이 선진 문화 보급 차원에서 실오라기 하나 정도 걸치고 다니는 원주민들에게 옷과 신발을 보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원주민들이 옷과 신발을 씻지 않고 계속 입고 신으니 오히려 피부병이 발병했다. 그러자 선교사들은 이번에는 원주민들에게 비누를 주며 옷과 신발을 깨끗하게 씻게 하였다. 그러나, 원주민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비누를 살 수 있는 돈이 없었다. 원주민들의 발은 이제 신발 없이는 다닐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워졌고 원주민들의 마음속에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점 마약에 기대는 젊은이들... 


과연 자연과 한 몸처럼 지내고 있는 그들에게 옷과 신발이 꼭 필요했을까?   


다른 문화나 종교를 자신의 시각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마치 도덕 교과서의 내용을 다 안다고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이성적으로는 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생활 속에서는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고 내 기준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나에게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요르단을 여행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잠시 접어두고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어찌 감히 한 나라나 일정 지역의 문화와 종교를 판단할 수 있을까? 물론, 학대로까지 해석되는 여성 차별 문화는 신중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문화적 또는 종교적 차이점을 확대 해석하여 전체를 왜곡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였다.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름 심도 깊게 나누다 보니, 마치 우리가 동쪽 끝에서 온 사회철학자라도 된 것 같았다. 분위기를 전환할 겸 신발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글 때쯤에는 드디어 이곳이 바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던 그 '홍해'라는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땅이 마주 보는 곳이다.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기의 배경이 되는 기적의 바다이니 종교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인가? 뭔가를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기운이 우리를 감싸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해는 푸른 바다였다.

홍해는 The Red Sea, 붉은 바다를 뜻하지만 붉은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고 한없이 맑고 푸르렀다. 이렇게 푸른 바다가 어쩌다 붉은 바다라고 불렸을까 궁금하였지만 갈대의 바다(The Sea of Reeds), 붉은 해초의 바다 등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을 뿐 정확한 어원을 찾을 수 없었다. 


아카바만의 홍해 ⓒ 행복여행
아카바 해안과 마주보고 있는 이스라엘 ⓒ 행복여행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으로 재앙으로 뒤덮인 이집트를 탈출하는 모세와 유대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불길에 휩싸인 바다를 떠올려볼 뿐이었다. 뭐, 상상이라 한들 온전히 내가 만든 상상이 아니라 그저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짜깁기되었을 뿐이다. 


아카바는 아름다웠다.  

깊은 상념과 상상에서 벗어나 발을 디디고 있는 모래알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막을 걷듯 자연스럽게 모래사장을 걷는 낙타가 보였고, 


아카바 해안을 거니는 낙타 ⓒ 행복여행


해변에 들어선 간이 찻집의 테이블 앞에는 물담배가 즐비했다. 



아카바 해안의 간이 찻집 ⓒ 행복여행


전통 복장을 입고 은빛 번쩍이는 큰 램프 같은 주전자를 등에 지고 차를 파는 아저씨가 우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통 복장을 입고 차를 파는 아저씨 ⓒ 행복여행
전통 복장을 입고 차를 파는 아저씨 ⓒ 행복여행


차를 파는 아저씨를 본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알라딘의 나는 양탄자를 타고 요술램프 속에서 나온 지니와 함께 아카바 해안을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높은 크레인에서 카메라가 낙하하듯 내려오며 새로운 장면을 보여주듯 야자수 너머로 보이는 이슬람 사원의 둥근 지붕이 휘영청 가깝게 다가왔고, 


아카바의 사원 ⓒ 행복여행


사원 기둥 아래로 펼쳐진 해변의 모습이 마치 오아시스에 펼쳐진 도시 같았다.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배에서 내리는 아주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아저씨의 손길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고,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선착장에 기대어 담소를 나누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푸른 하늘에 보송보송 펼쳐진 뭉게구름만큼이나 아름답게 보였다.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사람들의 눈을 피해 한적한 곳에서 잠시 발을 담그는 여인들의 수줍은 모습은 그저 예뻤고,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손님을 기다리는 관광 보트도 보트에 앉아 있는 선장 아저씨도 한없이 여유로워 보였다.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바닥에 유리를 깔고 있어 바다 속을 훤히 볼 수 있는 관광 보트를 타고 조금만 나아가도 바다 속에는 산호초들과 신기한 바다생물들로 가득 찬 건강한 바다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아이들과 같이 바다 저 멀리로 시선을 보내어 보니 그림처럼 맑디 맑은 저 바다를 한 걸음에 훌쩍 뛰어넘어 금방이라도 이스라엘 땅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나서야 석유가 나는 땅과 바꾸었다고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의문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무엇과 바꾸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귀하고 아름다운 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바가 없었다면, 요르단 사람들은  이 푸른 바다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카바의 해변의 모습 ⓒ 행복여행


아카바 해안가 감상을 마치고 근처 식당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구운 야채 요리들이 일품이었는데, 밑반찬으로 나오는 절임 야채들도 거의 요리 수준이었다. 


아카바 식당에서 먹은 구운 야채 요리 ⓒ 행복여행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는 시장 구경에 나섰다. 곳곳에서 향과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었는데, 즉석에서 커피콩을 볶아서 커피를 내려주는 가게가 있었다.  


아카바 시장의 커피 가게 ⓒ 행복여행
아카바 시장의 커피 가게 ⓒ 행복여행


갓 볶은 커피의 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아카바 해안의 추억을 마무리하고 있으려니 옆 가게에서 물담배나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아카바 시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아저씨들의 모습 ⓒ 행복여행


해안에서도 그렇고, 시장에서도 그렇고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둘러앉아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지하철에서나 식당에서나 집에서나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우리들의 씁쓸한 모습과 비교되었다.  


요즘은 여행을 다니면서도 스마트 기기가 없으면 한걸음도 못 디딜정도다. 위성 지도가 없으면 목적지를 찾기 어렵고, 블로거의 추천을 따라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는다. 여행이라 함은 발길 닿는 대로 찾아가고 마음 가는 대로 즐기며 사람과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것도 빛바랜 추억의 수첩에나 적혀있을 문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아카바 어디에서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 걸 보니 호텔에서 본 표지판이 떠 올랐다. 


술 반입 금지 표지판 ⓒ 행복여행


술이 금지되어 있는 이슬람 문화도 대화를 즐기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았다. 엄격하고 답답하게만 보였던 사회의 규율과 관습이 오히려 삶의 모습을 안정적이고 인간적으로 유지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자율과 파격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발전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국가적 경쟁력이 개인의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과연 자율과 파격만이 답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으러 찾은 식당에는 술에 취해 휘청거리거나 고성을 지르는 취객들이 없으니 늦은 밤에도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카바의 야식당  ⓒ 행복여행


아카바여, 

아카바의 바다도 소중하고 아름다웠지만 

아카바 곳곳에서 

기도 소리의 낮은 음률처럼 피어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들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요르단 아카바에서 

행복여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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