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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Im May 20. 2021

아니, 남해에 대체 뭐가 있길래?

찌들은 직장인의 남해 한달살기

'남해? 여수, 통영, 거제... 남쪽 지방이 다 남해 아니야?'


지난 10년간 국내여행을 숱하게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 남해는 특정 지명이 아닌 남해바다를 끼고 있는 모든 곳이었다. 심지어 어느 곳은 전라도, 어느 곳은 경상도 소속(?) 인데도. 


언젠가부터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글, 인도에서 들여온 패브릭 제품을 파는 상점의 이야기, 청춘들의 한 달 살기를 지원한다는 정부 프로그램까지... 눈길을 끄는 특이한 콘텐츠를 클릭해보면 모두 다 남해 소재지였다.


대체 남해에 뭐가 있길래? 교통편도 불편해서 큰 맘먹지 않는 이상 가기 힘든 곳인데.. 궁금하네. 통영 바다에 반짝반짝 윤슬이 정말 좋았었는데.. 비슷하지 않을까? 


마침 전셋집을 정리하고 올해 호주로 나가기 전까지 부모님 댁에서 임시로 머물기로 하여 모든 짐을 옮겨둔 터였다. 그 어느 곳에도 묶여있지 않은 지금이 딱 한 달 살기를 하기에 적격인 타이밍 같았다.


게다가 지난 일 년간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며 새로운 회사에 100% 리모트로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요 몇 달간은 주 업무 외에도 새로운 팀원들을 줄줄이 면접보고, 퇴근 후에는 밤늦게까지 줌으로 세 시간씩 대학생 대상 직무 특강 & 경력직 대상 커리어 멘토링을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진하기도 했다.


7월은 회사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이니, 지금 아니면 숨통 트일 새 없이 또 일 년 달려야 하네. 그래, 장마기간이랑 한여름엔 집에 박혀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열 일하는 게 최고니까 그전에 다녀오자.
해변가에 낚시의자랑  테이블 하나 놓고 파도소리 들으며 일할 테다. 


나도 안다. 이건 그냥 가고 싶은 거라는 거. 온갖 핑계를 통해 의미와 타당성을 부여한 게지. 그럼 뭐 어때. 한 달 좀 느슨해져야 남은 올해 또 잘 버틸 수 있는 거지.


하룻밤만에 숙소 예약 및 입금, 가고 싶은 곳들 검색해서 목록 저장 (네이버맵을 보니 이미 98곳... 남해에 이렇게 많은 곳들이 있었다니!), 내 인생 최고 장거리 운전 루트 파악... 모든 것을 끝냈다. 


다음날 부처님 오신 날을 감사하며 샌드위치 휴가를 내고, 평생 고질병인 허리디스크 때문에 딱 중간지점인 전주에서 하루 자고 천천히 이틀에 걸쳐 내려왔다. 주인 잘못 만나 초보시절 주차하다 앞에 폭 파인 보조개가 생긴 내 아반떼와 함께. 

(다들 엄청 걱정하며 제주도, 강릉, 부산 등 편한 곳으로 가라고 만류했지만, 이미 남해 두글자에 꽂힌 자에게는 1도 들리지 않음.....)




앞으로 한 달간 남해 제일 끝 작은 어촌마을에서 쓰는 직장인 한 달 살기가 연재됩....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일기처럼 편하게 기록할 예정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전주->남해->구례/하동->전주 옆 완주(?) 이야기.


**민감한 때이니 주로 숙소와 사람없는 바닷가에 마스크와 함께 기거하고,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며 최대한 집밥(?)과 포장, 사람없는 애매한 시간대를 애용합니다. 지난 1년간 집콕하고 대중교통 및 식당 이용 한번도 안한 1인... 좀 봐주세요. 그래도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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