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결정 장애

by 일인칭 관찰자시점

몇 년 전부터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결정 장애'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작년 초 한 취업포털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성인 응답자의 70.9%가 '결정 장애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결정 장애는 주로 20대가 겪는다.


언젠가 한 웹툰 작가가 SNS에 올린 글이 생각난다. "무단횡단을 하던 길에 쓰레기를 줍고 가는 아저씨를 보았다. 사람이 이렇게 복잡하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더불어, 비슷한 경우에라도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촌철살인의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에 대한 평가는 시대·국가·사회에 따라서도 다르다. 한편 오늘날 '이기적 유전자'로 대표되는 현대 생물학의 연구 성과들은, 모든 이념과 미덕까지도 '자기 보존 경쟁'으로 수렴시켰다. 가치 선택이 생존과 결부된 주관적인 것이라는 관점이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주어진 환경에서 강요된 가치를 쉽게 절대적 믿음으로 내면화했다. 사람이 자기 삶을 스스로 조금씩 책임지기 시작하는 때는 20대부터다. 가치의 충돌을 비로소 체감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를 성장통이라 부르기도 한다. 낯선 가치와 익숙한 가치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우유부단함을 드러낸다. 가치를 강요받는 것이 싫었기에 의견을 남들에게 표출하는 것이 조심스럽단 이유도 내겐 있었다. 그렇지만 여러 경험을 겪으면서, 어려서부터 손에 꼭 쥐고 있던 절대적 가치의 구슬 곳곳에 균열이 생겨난다. 이와 동시에 마음에 드는 구슬을 직접 하나둘씩 골라 모으기 시작한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라도 나 보기에 좋으면 그만이다.


앞서 인용한 조사의 응답자들은 결정이 어려운 이유로 '최선의 선택을 놓칠 것 같아 우려되어서'(72.6%)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러나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은 진정 '비인간적'이다. 인간이 모든 환경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구슬 개수는 제한되어 있어, 모든 가치를 선택에 전부 담을 수 없다. AI에게조차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정해진 목표를 이루는 데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지언정, 완벽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정보를 고려할 수 없다면, 결정은 필연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정은 상충하는 가치 중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이다. 성장통이 끝나는 날, 우리는 비로소 결정 장애를 떠나보낼 것이다.


근데,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남들 읽으라고 쓰는 것이니, 나의 주관적 가치를 객관화시키는 행위다. 그렇다면 자기모순이 아닌가?' 아, 나도 결정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아 멀었다. 그래도 이번엔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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