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친구 L을 오후 4시경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서 만났다. 그는 내 친한 친구다. 어제 헤어지기 직전까지는 분명 그랬던 것 같다. 문자의 내용은 “잘가시오 오늘 잘먹었어^^”였다. 문자 내용은 무난한 작별 인사와 감사 인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나는 문득 그 이후로도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16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비단 어제 만난 L에게뿐만이 아니고, 최근에 친구라고 여겼던 이들을 만난 이후에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그는, 그리고 나는 서로를 친구라고 여기고 있을까? 친구? '친구'라는 말은 어떤 것을 지칭하고 있을까? 그리고 ‘친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아마 그에 대한 답은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감정을 알아보고, 그 감정을 내가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을 만났을 때 드는 감정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어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실제 쓰임으로 의미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것은, 그 친구를 떠올리면 그때그때 드는 감정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즐거웠던 대화를 생각해 보면 좋은 감정이 들고, 내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 말을 생각하면 나쁜 감정이 든다. 애매하다. 친구라는 관계가 무 자르듯 명쾌하게 정해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렇지만 서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동안 좋은 감정을 느꼈고,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리고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만났을 때 그 친구의 기분을 좋게 해 줄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