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편지
리포터:
마더 고델이 사라진 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녀가 사라진 직후, 공주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경황이 없다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당했습니다.
대신, 얼마 전 즉위식 참석을 위해 궁을 떠나며
라푼젤 공주가 편지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어머니(편의상 어머니로 부르겠습니다.
저를 18년 동안 키워주신 분은 맞으니까요)께서 떠나시고
제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떠나신 날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해요.
아직 저는 가끔 그 탑의 꿈을 꿉니다.
그 누구도 저의 잘못이라고 말하진 않아요.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 제가 그 탑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그분이 정말 저를 사랑하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기억이 나는 한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들어주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어요.
집 전체에 온통 그림을 그려도,
온 방을 양초로 가득 채워도,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쿠키를 구워도,
그저 그 분은 다 괜찮다고 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허락은
탑을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믿으며 자랐습니다.
어쩌면 바깥세상은 이렇게 따뜻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요.
어머니께서 저를 꾸짖으실 때도 있었어요.
웅얼거리면서 말을 한다거나,
살이 쪘다거나,
순진하다고 하실때마다 저는 고치려고 애썼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니
그건 그저 어머니의 욕망과 집착을
사랑이라고 포장하신 거였다는 것을 깨달았죠.
저는 특별히 용기가 있거나 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제 생일마다 떠오른 그 등불이 보고 싶었을 뿐이고
그 마음이 저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지금의 결과를 가져온 것뿐이에요.
진실은 언제나 아프지만
그래도 결국 저는 불빛을 보게 되었고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제가 알게 된 세상의 따뜻함과 친절함을
어머니께서 경험하지 못하고 가셨다는 거에요.
세상이 그녀에게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그녀가 조금만 덜 외로웠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언젠가 제가 부모가 된다면
그녀에게 받았다고 믿었던 사랑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다만 집착과 저의 못남을 가리려는 수단으로
그 사랑을 정당화하려고 하지는 않게 노력하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전 이제 가야할 곳이 있 이만 줄이겠습니다.”
공주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렀다.
편지는 품위 있었다.
분노를 드러내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말도 없었다.
그저 조용하고 담담하게 자신이 머물렀던 시간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얼마 전 읽었던 마더 고델의 인터뷰를 다시 한 번 펼쳐 보았다.
두 개의 이야기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그 사랑이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떠나려는 사람과 붙잡으려는 사람,
조건 없이 주고 싶었던 마음과
조건을 붙여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마음.
그 모든 장면이
이야기 속 인물들만의 것이 아니라
어쩐지 내 안에서도 겹쳐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조금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