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다 알아-마더고델과의 인터뷰
최근 실사화가 확정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디즈니 공주 중의 하나인 “라푼젤”.
그녀의 이야기 뒤에는 역시나 라푼젤에게 위협을 가하는 악당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더 고델”.
엄마라는 이름으로 라푼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며 늘 이렇게 말하죠.
엄만 다 알아
(Mother Knows Best!)
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라푼젤이 어떻게든 탑을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만난 웬 도둑놈의 도움을 받아서, 사랑하는 엄마를 속여서라도 말이죠!
이 엄청난 배신의 계획을 알게 된 마더 고델은 어떤 심경이었을까요?
그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녀가 먼지로 사라지기 전에 말이죠.
Q1. 라푼젤이 탑을 떠났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어떤 심정이셨나요?
A. 보셨잖아요. 빛이 하나도 없는 탑을.
저에겐 암흑 같은 세상이었답니다.
오 세상에, 아이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내려오지 않았을 때의 그 불안함. 그 걱정됨, 그 초조함...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른답니다.
아이가 안전하게 잘 있는지, 혹시나 자느라 내 목소리를 못 들은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정신없이 예전에 다니던 통로를 여느라 손이 이렇게 까지고 부르텄어도 아픈 줄도 몰랐다니까요.
그런데 없더라구요. 사라졌어요.
게다가 뭐?! 지명수배범?
처음 보는 가방에 왠 보석왕관까지!(사실 그게 뭔지 알고는 있었지만!)
분명 그놈이 우리 딸을 꼬여낸 거에요.
라푼젤은 착한 애라구요. 생일 선물로 그저 하얀색 물감만 원했을 뿐인데!
그 나쁜 놈이 우리 딸을 꼬드겨서 밖에 데리고 나갔을 거에요. 예쁘고 순진한 내 딸을!!
Q2. 당신은 라푼젤의 친엄마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딸을 사랑하셨나요?
A. 사랑했냐구요? 내 목숨보다 더 사랑했어요. 아니 지금도 사랑해요.
라푼젤이 없는 세상은 암흑이고, 그 아인 내 생명이고 내 모든 것이랍니다.
내가 계모인게 무슨 상관이죠? 나보다 더 그앨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요!
난 그 애를 최선을 다 해 키웠어요..이렇게 뒤통수를 맞다니....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만...보세요! 딱 내가 그 경우가 된 거랍니다.
Q3. 라푼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드셨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A. 사실 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엄마라니? 난 평생 나만 위해 살았어요. 그 오랜 시간동안 홀로, 외롭지만,
그래도 나만을 위해 젊고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았다구요!
그런데 그들이 내 꽃을 훔쳐가 버렸어요! 내 것이었는데! 나만의 것이었는데!
그래서 난 공주가 태어났을 때 몰래 성에 가서 내가 잃어버린 것만 되찾아오려고 했어요.
공주를 해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그냥 머리카락 한줌이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인생이 참 마음같이 되지 않더라구요. 잘려서 생명을 잃은 머리카락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공주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잃었던 것을 되찾아온 것 뿐이라구요.
그리고 난 되찾은 것을 돌려줄 생각은 절대 없었어요.
그렇게 하루 아침에 엄마가 되고나니 너무 막막했어요.
애는 착했어요. 꽃 때문이었는지 징징거리지도 않고 순하게 잘 컸죠.
그리고 아이가 있으니 덜 외로웠어요..아이의 머리를 빗기며 함께 노래할 땐.. 정말 행복했죠.
아이에게 생일도 알려줬어요. 마침 왕국에서 아이의 생일 때마다 등불을 피워올려줬거든요.
“우리 딸 태어난 날이라 별님들도 축하해주네”라고 함께 웃었던 순간이 기억나요..
사실... 라푼젤을 키우면서 별로 힘들진 않았어요.
이 아이가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떠나지 않고. 언제까지나 이 탑 안에서,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가끔 얘가 내 친딸이라고 착각할 때마저 있었다니까요?
물론 요즘 좀 힘들었어요. 갑자기 별이 보고 싶다고 하질 않나.
온 집안을 물감칠을 하다못해 남은 공간마저 몽땅 다 색칠을 하질 않나.
얘가 사춘기라 그런가 말도 안 들을 때가 생기기도 하고..
그래도 그러려니 했어요. 항상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가 언제든 부르면 머리를 내려주고 늘 엄마 최고라고 웃어줬으니까요.
Q4. 만약 따님이 평생 떠나지 않고 당신과 평생 이 곳에서 살았다면 행복했을까요?
A. 그럼요! 물론이죠!
저 놈(플린 라이더인지 뭔지 하는 도둑놈 말이에요)만 없었다면 우리는 평생 여기서 안전했을 거에요.
그리고 행복했을 거구요.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이 안에서 다 하면서 지내고.
(전 동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데 얘 애완동물은 못 본 척 해 줬다구요)
저는 아이를 위해 책과 물감, 헤이즐넛 수프를 준비하면서 지냈겠죠.
이렇게 애를 꽁꽁 묶어서 다른 곳으로 피신해야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으세요?
오죽하면 제가 사람을 찌르겠냐구요.
전 제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어요.
물론 애가 말을 안 들으니까 뭐 좀 심한 말을 하긴 했던 것 같지만 엄마가 그 정도 말도 못하나요?
바깥세상은 라푼젤같이 세상물정 모르고 어수룩한 착한 사람에겐 너무나 차갑고 잔인한 곳이랍니다.
제가 다 알아요. 엄마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죠.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요.
제가 세상을 피해 살아온 이유도 마찬가지구요.
Q5. 왜 별이 떠오르는 날을 “생일”이라고 알려주셨나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A. 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절대 얘기해주지 않았을 거에요.
그냥 전 아기였던 라푼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그랬어요.
반짝이는 머리카락만큼이나 반짝이는 그 아이의 눈을 외면할 수 없어서 뭐라도 지어내서 말해준건데,
그게 라푼젤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될 줄 알았다면 절대 얘기해주지 않았을 거에요!!
뭐 그래도 애가 워낙 똑똑하니 어떻게든 알아냈겠죠.
그 선택을 너무너무 후회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저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보니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여기서 나간다면 좀 더 조심해야겠지만.
Q6.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미 공주가 모든 것을 알아버렸는데 다시 관계회복이 될까요?
A. 알아버렸어도 상관없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애가 저를 닮았는지 워낙 똑똑해서 언젠가는 알아냈을 거에요.
그냥 지금은 우리 관계가 좀 엉망진창이긴 해도 저놈을 살려준다면 다시 착한 딸로 돌아간다고 약속했으니 뭐 기대해봐야죠.
라푼젤은 착한 아이라 약속은 꼭 지키거든요. 저도 아이에게 한 약속을 꼭 지키구요. 그 대신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할 때엔 좀 조심해야할 것 같아요.
언제 무슨 되먹지도 않은 꿈을 꾸게 될지 모르잖아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일단 여기서 멀리 떠날 작정이에요. 다시는 내 꽃을 빼앗기지 않을 곳으로.
아직은 애가 저한테 화가 나 있지만 키운 정이 있는데 어떻게 되겠어요?
시간이 좀 지나고 꽃도 좀 보고 애완동물도 좀 키우게 해주고 제가 선물도 더 많이 해주고 하면
다 잊고 날 떠나지 않을 거에요. 전 제 꽃송이를 정말 사랑한답니다.
라푼젤!! 갈 시간이야! 어서 할 거 하고 가자꾸나!
이 인터뷰를 끝으로 마더 고델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공주의 머리가 싹둑 잘려있었죠.
상황이 정신없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난 후 공주와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마더 고델은 정말 라푼젤 공주를 사랑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독자분들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