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니 창문이라도 열린 걸까
거의 컨디션을 회복한 막내딸은 따뜻한 봄 햇살을 만끽하며 그네를 타고 놀고
딸내미 웃음소리를 BGM삼아 마당에 널린 잡초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띠링 “ 울리네요.
시절이 시절인지라 스팸이나 뭐 그런 걸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잡초 뽑기에 여념이 없다가 딸아이의 “들어가자”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문자들을 하나씩 확인하다가 낯익은 번호를 발견했어요.
“뭐지?”
저는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어서 올해 유독 교육청과 소통할 일이 많이 있어서 또 뭐 공지사항이 있나 했어요. 그런데 열어본 문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습니다.
최. 종. 합. 격
네 글자가 왠지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불합격했을 거라는 생각을 들게 한 통화를 했거든요.
직전 3년간 교육청 관련 강의의 이력이 없음
이전 강의의 경우 시간이 오래 지나 증빙이 안됨
개인적 친분에 의한 소규모 강의는 자격요건이 안됨
등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수화기 너머 공손한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쉽지는 않겠네요…”라는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탈락의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현장실무경험이 좀 있었어도 경력단절의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어렵구나..라는 생각으로 조금 의기소침해졌어요..
그래도 갑자기 알게 된 모집공고에 하루이틀 만에 열심히 서류준비해서 접수에 성공했다는데 의의를 두자,
올해가 아니라면 내년을 기약하자,
강의이력이 없는 게 문제라면 지난 1년 일하며 쌓았던 지인찬스를 활용해서라도 경력을 2-3개만이라도 만들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던 지난 일주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기대치 못했던 합격소식을 듣게 되니 기쁨보다 당혹감이 먼저 올라왔어요. 처음엔 문자가 잘못 온 줄 알았어요. 이름조차 없이 그냥 합격이라니.
다행히 교육청 누리집 공시를 통해 제 이름이 있는 걸 확인하고 비로소 기쁨과 안도, 감사함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막내의 길어진 입원으로 출근도 못한 직장에 사표를 내는 기막힌 경험을 하면서 눈앞에서 문이 닫힌 느낌이었거든요.
닫힌 문 안에서 그동안 마음을 참 많이 다독였더랬습니다. 아직도 조심해야 하는 막내, 새로운 환경에 힘들어하는 첫째, 둘 사이에 껴서 눈치만 보고 있는 둘째.. 이 아이들과 새로이 관계를 맺음으로 다시 돌봄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겠다. 일이 우선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꽉 채운 지난 한 달이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다시 기회가 생길까, 준비가 됐을 땐 이미 너무 늦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역시 존재했습니다. 팔자려니 해도 되는데 마음 내려놓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이렇게 문을 닫으실 거면 창문이라도 열어주소서’라고 한 기도에 응답이라도 온 걸까요.
아직 활동이 시작된 것은 아니고, 그저 인력풀에 이름이 올라간 정도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닫혀 있던 문 틈 사이로 작은 빛이 스며든 날 같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강단에 서게 된다면,
저는 아마 오늘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날을 위해, 다시 천천히 준비해보려 합니다.
열심히 할게요^^